부산역 주위에 돼지국밥집이 참 많습니다. 부산역전, 초량동, 중앙동까지 수많은 돼지국밥집들 중 어디로 가야 할지 늘 고민하기도 하죠. 부산으로 놀러오는 혹은 이 동네에 오래간만에 오는 지인들이 늘 추천을 부탁하는데요. 솔직히 사람 입맛이 다 달라서 추천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곳은 부산역 초량 노포 맛집으로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돼지국밥집입니다.
제목은 좀 거창한데요. 사실 이 집은 동네 주민들 말고는 거의 모르는 집일 겁니다. sns 후기가 없고 방문자 리뷰 몇 개 있는 것도 사진보니 다른 상호의 영수증을 잘못 등록한, 말 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동네 단골로 늘 북적이는 곳입니다.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로 78
문의 : 051-464-0992
영업시간 : 07시 ~ 19시
휴무 : 일요일
부산역에서 초량이바구길, 민주공원, 초량1941 등으로 향하는 190, 508번 버스를 타고 지나다 보면 부산컴퓨터과학고등학교라는 정류장이 있는데 그 부근입니다. 앞에 보이는 파란 건물이 컴과고 옛 선화여상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선화여상이었네요. 남성여고, 선화여상, 동주여상 세 학교 교복이 아주 비슷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다 바뀌었지만요.
올라오는 길목에 초량육거리에는 불백거리, 그리고 조금 더 올라오면 간판 없는 분식집으로 유명한 선화당도 있고 고바위 언덕을 올라가기 직전에 금수각, 초량이바구양지국밥, 그리고 차대기 편해서 택시기사님들이 많이 찾는 기사식당이 몇 군데 있습니다.
부산으로 이사 와서 원도심에서 35년 정도 살다 보니 다들 자주 갔던 익숙한 곳입니다. 위에 언급한 식당, 불백거리 등 포스팅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도 잘 알고 많이 먹었지만 글을 쓰지 않게 되네요. 다음에 기회 되면 한번 써보기로 하고요.
잡설이 길었네요. 요즘 글을 짧게 쓰려고 하는데 글이 자꾸 길어집니다. 댓글도 그렇고요.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얘기겠죠. 오늘 가볼 동천돼지국밥입니다. 이 집 참 오래간만입니다.
여 사장님이 참 친절하십니다. 푸근한 인상에 뭐 하나라도 챙겨주시려는 친절함 덕분에 음식을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부는 아담합니다. 입식 테이블 2개와 오픈형 주방이 있고요.
안쪽에는 좌식 테이블 2개뿐인 말 그대로 아담한 동네 돼지국밥집입니다. 오후가 되면 동네 아재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한잔하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그런 동네 단골집인 셈이죠.
2023년 7월 기준으로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7,000원짜리 돼지국밥을 주문해 봅니다. 수육백반이나 돼지수육에 한잔하기도 좋습니다.
사장님의 안부를 여쭈며 토렴하는 모습도 찍어봅니다. 국물 색깔 보이죠? 군침도네요.
영상으로도 남겨봅니다.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고요.
그러던 사이 음식이 나옵니다. 쟁반에서 세월이 묻어납니다.
돼지국밥입니다. 다대기, 대파, 후추, 통깨 등이 가득 올라가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맛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장통 스타일이라 더 반갑습니다. 물론 돼지국밥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습니다. 음식 가리는 거 없어요.
정구지는 주문과 동시에 무쳐주시더군요. 아삭함이 살아있어서 좋았습니다. 신선한 거 보이죠?
고추, 마늘, 양파 전부 신선하고 새우젓, 쌈장도 나오고요. 김치가 참 별미입니다. 김치 소개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요.
진한 육수는 머릿고기와 사골로 우려낸 육수인데요. 이 국물을 보니 떠오르는 집이 몇 군데 있습니다.
초량역 쪽에 있다가 최근 초량육거리 쪽 은하갈비 맞은편으로 이전하여 괴정집이라는 상호로 영업 중인 구, 괴정돼지국밥이 생각나고요.
괴정시장의 숨은 맛집 하동집 (밀양집)의 돼지국밥도 생각납니다. 이 집도 참 맛있습니다. 시장통 국밥의 전형적인 예시죠.
오래전부터 다녔던 부산역 근처 새 영주시장 왕돼지집의 국물도 잠깐 생각이 나네요. 여기는 진짜 동네 맛집이었는데 sns 타고 관광객들이 줄 서는 집이 되어버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swiri21c/222125615460
부산진역의 88수육의 돼지국밥도 생각나네요. 나열하다 보니 머릿고기 베이스의 시장통 국밥들이네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부민동의 제일돼지국밥도 생각납니다. 순대가 들어가서 국물 색깔이 상당히 진합니다. 이 집도 정말 추천하는 집입니다. 국물 색깔 하면 토성동 신창국밥도 생각나네요.
원래 글 쓰면서 중간에 포스팅 링크 잘 안거는데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봐야죠. 그래야 실력도 늘죠.
다대기는 살포시 올라가 있으니 취향껏 덜어서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뚝배기에 자리가 없습니다. 그만큼 푸짐하다는 얘기입니다. 국물은 그리 뜨겁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머릿고기 위주의 돼지국밥입니다. 삼겹살, 항정살, 전지 등을 쓰는 국밥에 비해 전반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죠. 그러다 보니 번듯하고 쾌적한 매장보다는 시장통에서 아재들이 소주 한잔 걸치며 혼술 해도 부담 없는 집들이 많기도 하고요.
위에 나열했던 링크들이 다들 그런 집들입니다. 저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고요. 원래 돼지국밥은 서민 음식이잖아요. 그 맛에 먹기도 하고요. 요즘 보면 진짜 돼지국밥이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드는 집이 간혹 보입니다. 저하고 국밥 입맛이 비슷한 이웃분들 몇 분 생각납니다.
머릿고기 베이스의 시장통 국밥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더군요. 고기 손질 잘하고 잡내 잘 잡은 곳에서 드셔보시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밥도 많고 고기도 양이 많습니다. 푸짐해서 너무 좋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국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 동네 아재들한테 인기가 많을 수밖에요.
다대기를 다 풀어보니 국물에 간이 기본적으로 되었습니다. 그래서 따로 뭘 더 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저는 새우젓을 좀 넣었습니다. 다대기는 맛을 보니 약간 매콤함이 느껴집니다. 이 매콤함 덕분에 국밥을 먹는 동안 국물의 밸런스를 잘 잡아주는 느낌이 드네요.
이집 장점 중 또 하나 바로 김치입니다. 사장님이 직접 담은 김치인데요. 2년인가 3년 정도 된 묵은지라고 하시네요. 김치가 정말 맛있습니다. 김치 맛집으로 유명한 국밥집들이 몇 군데 떠오르는데요. 그 집들 김치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1인 가구이자 요리를 집에서 자주 하는 제 입장에서는 꼭 이 타이밍에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면 얼마나 맛있을까?라고 말이죠.
김치 하나 올려서 한 숟가락 먹으니 이열치열이 제대로 됩니다. 올여름 초복, 중복 복달임을 바빠서 제대로 못했는데 국밥 한 그릇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묵은지의 적당한 신맛과 고기, 그리고 국물이 참 잘 어울립니다.
정구지 팍팍 올려줍니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부추가 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이후로 사진이 없습니다. 물론 한 뚝배기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고요.
사진이 없는 이유는 단골손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먹었기 때문인데요. 동네 어르신 덕분에 이 집의 스토리를 좀 들을 수 있었네요.
단골 어르신이 이 집에 처음 온 게 1976년이랍니다. 물론 그 몇 년 전부터 영업을 했다고 회상하시네요. 어머님에 이어 따님이신 지금 사장님 등 2대째 50여 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는 소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식당이 있는 3층 건물이 사장님꺼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참 다행입니다. 50년 전통의 노포 맛집이 남아줘서요.
몇 가지 재미있는 스토리를 더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진을 못 찍었네요. 사진 대신 국밥집 역사를 들을 수 있는 재미있는 대화였습니다. 제 아버지뻘 되는 단골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오늘 소개한 초량 동천돼지국밥은 부산역 앞의 화려한 국밥집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재들 덕분에 시끌벅적한 분위기, 테이블 4개의 아담한 식당의 크기, 그리고 50년을 이어온 세월의 이야기 그 모두가 국밥 뚝배기를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입에는 참 잘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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