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칼국수를 정말 좋아한다.
칼국수뿐만 아니라 면 요리는 다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가리는 것도 없다. 그냥 다 잘 먹는다.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데 문제는 입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내 포스팅을 오래 봐온 분들은 알겠지만 블로그 복귀 초반의 글과 지금의 글이 상당히 기조가 다르다.
예전에는 좋은 말 위주로 둥글둥글 글을 썼다면 지금은 장점, 단점, 아쉬운 점 확실하게 글에 녹이는 편이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내 글의 색깔이고 캐릭터이다. 100명 중에 100명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는 없다. 10명이라도 꾸준히 내 글을 아껴주고 읽어주는 독자를 위한 글을 쓸 생각이다. 그렇게 전진하면서 가끔씩 뒤돌아보면 내가 원하는 지점이 오리라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은 칼국수 이야기이다. 맛있는 칼국수를 찾기 위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내 입맛을 충족 시키는 칼국수가 참 없더라. 물론 몇 군데 있긴 한데 아쉬움이 있다. 그러던 와중 소탈하게 서로 소통하는 이웃이신 라붕님의 소개를 받았다.
개금의 성원칼국수라는 곳이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냉정로 220-1
문의 : 051-891-1388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8시 (첫째, 셋째 주 일요일 휴무)
개금골목시장 위쪽이다. 버스를 타고 왔다.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자차를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지도를 검색해보니 도저히 주차할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홈플러스 가야점에 주차해도 되긴 한데 거기서도 좀 걸어 올라와야 하므로 그냥 버스 타고 음악 들으면서 왔다.
그나저나 이 동네는 주차도 그렇고 차들 운전도 그렇고 뭔가 정신이 없다. 부산에서 운전이 어떻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마치 초량을 보는 것 같다. 구도심의 복잡함이 아주 닮아있는 동네이다. 정신이 없다는 것을 좋게 이야기하면 활기가 넘친다 정도로 보면 되겠지.
개금시장 바로 부근이라 성원칼국수는 찾기가 쉽다. 모른다면 주변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하면 다 알려줄 것이다. 개금에서 성원칼국수를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듣는 그런 곳이라고 한다.
차양막의 색깔이 알록달록 인상적이다. 건물 오른쪽 벽을 타고 열심히 자라고 있는 담쟁이덩굴들도 매력 있게 다가온다. 조리시간 10분!!! 이것은 분명히 왜 이렇게 음식이 안 나온다고 닦달을 해대서 저리 크게 붙여놓은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10분은 양반이다. 동대신동의 골목손칼국수라고 맛집이 있는데 거기는 피크 때 가면 20분은 깔고 시작한다. 한번 경험하고 절대 점심 피크 때는 안 간다. 조용할 때 방문해서 맛을 즐기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대청동 일미밀면도 생각난다. 그 집도 점심시간에 가면 진짜 정신없고 대접 못 받으니 필히 조용한 시간대 방문을 추천한다. 조만간 포스팅할 예정이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이 주방이다. 원산지 표시를 잘해놓았다. 이 집은 다 좋은데 유일한 아쉬운 점, 바로 김치가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그 점 빼고는 아주 만족스럽다. 멸치 육수 베이스의 칼국수지만 양지, 사골, 닭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고 여 사장님이 귀띔해 주신다. 물론 계산할 때 이것저것 대화를 좀 나누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칼국수는 소자 6천 원, 대자 7천 원이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주방에 보니 큰 육수 솥이 3개, 궁중팬이 3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테이블은 총 10개 정도 있다. 일부러 조용한 시간에 찾아간다고 갔는데 금세 손님으로 가득 찼다.
메뉴판이다. 칼국수 단일 메뉴인 것을 보니 한 가지에 집중하는 집, 칼국수 하나는 제대로 만드는 집이라는 생각부터 든다. 소자 한 그릇 주문했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놔서 아주 시원하다 에어컨 맛집이다. 이때가 6월 중순인데 이렇게 시원해야지 손님들이 찾아온다. 제발 에어컨은 아끼지 말고 빵빵 틀었으면 좋겠다. 요즘 손님들은 바보가 아니다.
서빙은 여 사장님의 아드님인 듯한 청년이 제공했다. 단무지와 김치이다. 단무지는 평범한 기성품이고 김치는 중국산이다.
물은 셀프이다. 정수기가 있어서 시원한 물 한 잔 떠왔다.
테이블마다 코로나19에 걸맞은 아크릴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너무 시원해서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네.
미키마우스 모양으로 놔두고 찍어보았다. 어떤 맛을 보여줄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칼국수 한 그릇 먹자고 30분도 아니고 50분이나 걸려서 왔단 말이다.
우선 김가루가 상당히 많다. 나야 정말 좋아하지만 의외로 국물에 젖은 김가루를 못 먹는 입맛들이 있더라. 싫어한다면 필히 주문 시 미리 김가루를 빼달라고 요청할 것.
국물을 먼저 떠먹어본다. 멸치육수의 향이 나는 멸치 베이스의 국물인데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그런지 멸치 육수 특유의 가벼움은 없다. 상당히 진하다. 뭐지? 너무 맛있다. 맛이 깊다.
다대기가 올라가있다. 다대기를 다 섞으니 적당히 매콤하면서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칼국수가 표현할 수 있는 맛을 총괄적으로 잘 보여주는 아주 균형이 잘 잡히고 조화가 좋은 맛이다. 이 집이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갈 정도이다. 이 집 칼국수가 맛이 없다면 도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지? 그렇다. 입맛은 늘 주관적이다. 아,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 기준으로 한마디 했으므로 웃어넘기기를 바란다.
썬 파, 우동에 들어가는 튀김 가루 등이 보인다. 얼핏 보면 우동이라고 해도 될 만큼 우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
국물이 너무 좋아서 계속 떠먹어본다.
김가루를 다 풀고 섞었다. 다대기도 다 풀었다. 이렇게 해놓고 얼핏 보니 진짜 우동같다.
면을 집어 들었다. 맛을 보니 상당히 부들부들하다. 완전 내 스타일이다. 투박하고 전분기를 제대로 털지 않아서 밀가루 냄새나는 면발보다 이렇게 부들부들하면서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 면발을 좋아한다. 부들부들 글 쓰면서도 생각나네.
또 한 젓가락 먹는다. 계속 들어간다.
튀김가루와 김가루가 섞인 국물은 너무 맛있다.
깔끔하게 다 먹었다. 아, 이 집 칼국수 진짜 내 스타일이다. 동네에 가까이 있었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올 것 같은 집이다. 맛을 보니 해장용으로도 아주 좋을 것 같다. 이유는 다대기와 국물, 면의 조화가 정말 좋아서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고 맛이 가볍지가 않다. 딱 해장용이다.
내돈내산 영수증이다.
성원칼국수 칼국수 최고의 맛? 인정!
면도 부들부들하고 국물도 상당히 진하고 맛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김치 빼고 흠잡을 데가 없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소자를 주문했는데 내 기준으로 양이 그리 많지 않다. 맛이 있어서 흡입 수준으로 먹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성인 남자 기준으로 대자를 주문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소화도 시킬 겸 개금시장 쪽으로 내려가보자. 개금골목시장이 정식 명칭인가 보다.
시장이 꽤 크다. 십자 형태로 길이 나있는데 규모에 놀랐다. 이리저리 구경을 하고 좀 걷기로 한다.
동의대 밑 수정터널 쪽 대로를 통과하기 위해서 지하도를 걷는다.
쭉 걷다 보니 벽에 멋지게 숲을 만들어놨다.
가야대로 옹벽녹화 시범사업이란다. 시도가 좋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도시 미관은 상당히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이한 지하철 출입구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가야역이다.
쭉 걷다 보니 범천동이다. 계단이 인상적이라서 한 컷.
교통부 옛, 보림극장을 지나서 쭉 걷다 보니 책 대여점이 눈에 들어온다. 학창 시절 책 대여점이 비디오 가게만큼 상당히 많았는데 참 옛날이야기이다.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책방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그렇게 10km 정도 걷고 집으로 향했다.
마무리하며,
요즘 칼국수 맛집을 찾아다닌다고 이리저리 다니고 있는데 개금 성원칼국수는 정말 괜찮았다. 호불호가 갈린다지만 내 입맛에는 아주 높은 점수를 줄만한 집이었다.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주기적으로 생각이 난다. 조만간 또 먹으러 가야겠다. 너무 맛이 있다.
이 집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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