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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부산 원도심 남포동 평양냉면 맛집, 부평동 깡통시장 부부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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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마니아인 내가 왜 그동안 냉면 포스팅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궁금해하는 이웃분도 계시더라. 부산은 밀면의 도시라 상대적으로 냉면을 잘하는 곳이 좀 적기도 하고 내가 주로 활동하는 원도심에 냉면 맛집이 좀 드물기도 하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냉면을 안 먹은 것은 아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밀면 대신 냉면을 맛본 후기를 적어볼까 한다.


부산광역시 중구 중구로33번길 19

 

문의 : 051-253-7757

영업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7시, 매주 화요일 휴무

오늘 가볼 곳은 부산 원도심 냉면 맛집, 부부냉면이다. 집에서 10분 거리라 가깝다. 부평동 부평깡통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냉면집인데 방송에도 나오고 맛집 블로거들도 많이 왔다 간 곳이다.

이 집 오픈 초반에 다니다가 몇 년 만에 찾아왔다. 내 기억으로 2016년쯤 오픈했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그 시기가 맞는 것 같다. 암튼 7년 만에 가본다.

오픈 초반에 친한 형님이 맛있다고 소개해 줘서 가봤는데 오늘은 그 형님과 같이 식사하러 왔다. 이집 단골인 형님은 3일 만에 또 왔다고. 이 형님은 음식에 조예가 깊고 맛집을 정말 잘 알기에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다.

자리에 앉자마자 온육수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온육수를 챙겨주는 집은 대환영이다.

자세히 보면 살짝 고깃기름이 뜨는 온육수인데 맛을 보니 참 좋다. 이집 온육수 육향이 상당히 진하게 올라온다.

주위 냉면 마니아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온육수만 봤을 때는 부산의 어느 냉면집과 견주어도 지지 않을 육수라고 하고 하는데 암튼 그렇다고 한다.

맛을 보니 깔끔함 그 자체이다. 한방향이나 다른 잡내가 나는 육수와는 그 결이 다르다. 육수만 보면 진짜 1등이다. 고기와 채수의 조합이 참 이채로운 느낌이랄까? 채수의 은은함과 육향이 진하게 입안에서 퍼지는 육수라 정말 맛있다.

식당의 풍경이다. 테이블 몇 개 놓인 아담한 공간이다. 부부냉면이라는 상호는 부부가 운영을 해서 그렇다. 사장님이 원산면옥 주방 출신인 것은 이 집에 관심이 좀 있는 분들은 아마 대부분 아실 얘기고.

메뉴판이다. 본인이 냉면을 자주 접하지 않았고 평양식을 먹을지 함흥식을 먹을지 고민이 된다면 함흥식을 추천한다.

특히 단짠 밀면에 익숙한 부산 사람에게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다. 이 부분은 본인 판단에 맡긴다. 참고로 나는 평냉 호호호, 수제 손만두도 하나 주문한다. 오픈 초반에는 메뉴에 어복쟁반도 있었는데 기억하는 분 계시려나.

원산지 표시판 참고

소고기 베이스의 육수임을 짐작할 수 있다.

테이블 기본 세팅이다. 식초와 겨자소스.

만두가 먼저 나왔다. 수제 손만두이다. 일행이 배가 부르다 해서 나 혼자 먹기로 하고 3개짜리를 주문했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손만두의 맛이 궁금하다.

기본 반찬은 이렇다. 간장은 만두를 찍어 먹으면 된다.

이북식 손만두이다. 두부가 많이 들어가서 식감이 참 부드럽다. 맛있다. 6개짜리로 주문할 걸 아쉬움이 든다.

냉면 맛집으로도 유명한데 이 집에서는 만두도 꼭 맛봐야 한다. 이북식 손만두를 접해 보지 않았다면 역시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곧이어 주문한 평양냉면이 나온다. 정말 오래간만에 맛보는 것이라 맛 기억도 안 난다. 오늘 처음 맛보는 입장으로 즐겨보자. 살얼음 동동 떠있는 육수가 더운 날씨에 단비 같은 존재로 부각된다.

비주얼이 참 좋다. 살얼음 덕분에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고명은 특이하게 돼지고기 고명이다. 그리고 삶은 달걀, 배, 무, 오이절임 등이 올라간다.

시큼한 오이절임이 살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오이 못 먹는 사람들은 아주 불호라고도 얘기하는 부분이다.

 

면을 저어본다. 메밀 100%가 아닌, 메밀 70% + 고구마 30%의 조합이라 일반적인 평양냉면의 면과는 조금 다르다.

 

돼지고기 고명이다. 고기는 잘 삶아놔서 부드럽다. 밀면에서 자주 보던 그림이라 어색하지 않다.

국물을 맛본다.

보통 평양냉면 후기를 보면 '조금 싱겁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슴슴하다는 표현이 많이 보이던데 참 우스운 게 슴슴하다는 표현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이 보이더라. 간이 세고 강한 맛에도 슴슴하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집 평양냉면은 슴슴한 맛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 로컬화가 다 된 냉면이다. 달고 짠 밀면에 익숙한 부산 사람의 입맛에 맞춰져 있는 평양냉면이라는 얘기다.

국물에 간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서 시작부터 입안이 가득 차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입안에서 국물을 굴리는 재미가 있다. 목으로 넘어가는 끝부분에는 은은하게 육향이 쭉 올라온다.

심심한 육수에 육향만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그런 맛이 아니다. 그래서 온육수나 냉면 국물을 아무리 마셔도 물리지가 않는다.

면은 확실히 다른 냉면에 비해 꼬들꼬들하다. 쫄깃한 식감도 약간 보여준다. 고구마 전분 때문인지 메밀향이 조금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부분 역시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깔끔하게 비웠다. 맛있다.

겨자와 식초를 1도 넣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그렇게 먹어도 될 만큼 간이 되어 있다는 얘기다. 내 기억으로 하알님이 여기 드셔보신 것 같은데 이 부분 아마 공감하실 것이다. 오픈 초반의 기억을 끄집어 내자면 그때보다 확실히 음식이 부산화 된 것이 맞다. 사장님한테 물어본다는 게 깜빡했네.

블로거 말고 진짜 평양냉면 전문가들은 늘 말한다. 진짜 평양냉면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겨자와 식초를 본인 취향에 맞게 넣어서 맛보면 된다고.

하지만 이 집에서는 겨자, 식초 안 넣고 그냥 맛봐도 충분할 것 같다.

오래간만에 맛본 부부냉면의 평양냉면은 맛이 괜찮더라. 함흥냉면도 잘하고 만두도 잘한다. 뭘 맛봐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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