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에서 오래 근무를 해서 웬만한 맛집은 다 가봤다. 물론 최근에 생긴 집들은 차차 가봐야 하고. 복학 전, 그리고 대학 다닐 때 알바까지 생각하면 15년 정도를 중앙동 밥을 먹었으니 참 오래되긴 했네. 중앙동 식당들을 리뷰하고 싶은데 참 안된다. 아무래도 일상이라 사진 찍기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블로그 리뷰가 거의 없는 말 그대로 현지인 맛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곳은 중앙동 6가라서, 중앙동 4가 쪽에서 거리가 꽤 멀기에, 중앙동 직장인 중에서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생기고 백화점 직원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부산데파트 지하 식당가에 있는 함흥식당으로 한번 가보자.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21
문의 : 051-245-1378
롯데백화점 광복점 맞은편에 있는 부산데파트 지하로 내려가 본다. 도시철도는 남포역 7번가 가장 가깝고 지하로도 연결된다. 내가 어린 시절 광복지하쇼핑센터와 서면 대현지하상가는 정말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옛 명성은 추억일 뿐이네.
부산데파트 지하 식당가 입구이다.
잠깐 역사 이야기를 해보면,
부산데파트의 데파트는 department store의 일본식 표현이다. 1968년 부산 시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 자리에 있던 동광시장을 철거하고 전물을 준공하여 부산 최초의 백화점 형태의 시장인 부산데파트로 문을 연 것이다.
1969년 11월에 개장을 했으니 꽤 오래되었다. 지금도 다양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부산데파트도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다니 곧 사라질 풍경이다.
지하에 다양한 식당이 있는데 오래간만에 왔으니 자주 갔던 함흥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올해 2월에 찍은 사진이니 가격의 변동이 있을 것이다. 메뉴 고민을 하다가 두루치기 백반 (8,000원)을 주문해 보았다.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기도 괜찮은 곳이다.
점심 전에 조금 빨리 나와서 파타고니아에서 옷 하나 사고 식당에 왔는데 꽤 조용하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찍던 시기라 더 그런 것 같다. 옆 테이블은 단골이 예약을 해놓았네. 나중에 들어보니 백화점 직원들이더라.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에 남아있는 추위를 조금 녹이고
난로 위에서 데우고 있던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마시니 속이 차분해진다. 맛있는 밥 한 끼를 맛볼 준비가 된 것이다.
반찬이 깔리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맛이 있어 보인다.
쌈장
시판 쌈장에 뭔가를 조금 섞은 듯하다.
명란
오래간만에 식당에서 맛보는 명란이다. 짜지 않고 간이 적당하다.
계란말이
이 집은 간이 세지 않다. 계란말이 역시 딱 먹기 좋은 정도로 잘 말아놨다.
채소 겉절이
빨간 양념도 간이 딱 좋아서 입맛 돋우기에 참 좋은 겉절이다.
고등어조림
집에서 생선 요리를 지양하다 보니 밖에서 생선은 늘 반갑다. 특히나 등 푸른 생선을 좋아하기에 고등어는 너무 반가운 반찬이다. 퍽퍽하지 않고 맛이 괜찮네. 분명히 바닥에 깔아놨을 법한 무 한 덩어리가 안 딸려온 게 살짝 아쉽다.
깍두기가 아닌 열무김치
잘 익은 열무김치는 언제 먹어도 맛이 좋다. 한 입 해보니 시원한 맛이 참 좋다.
애호박 버섯볶음
평소 애호박과 버섯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 집 음식 손맛이 좋다. 잘 볶아놔서 자꾸 손이 간다.
감자조림
오래간만에 맛보는 감자조림 너무 반갑다. 어릴 때 참 많이 먹던 반찬이다.
상추쌈도 있고 밥, 국, 고기가 다 나왔다. 잘 차려진 한 상이다. 1인상이 되기 때문에 혼밥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평소에 먹는 양보다 훨씬 많지만 오늘은 다 먹어야겠다. 왠지 음식을 남기기 싫다.
무난하게 잘 끓인 시락국이다. 나는 들깨가루가 팍팍 들어간 시래기국을 더 선호하는데 이처럼 깔끔한 시래기국도 좋다.
통깨가 팍팍 뿌려진 두루치기이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 그리고 고기가 질기지 않다. 단맛이 절제되어 있고 두루치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느낌이라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할 듯하다.
상추 한 쌈 가득 싸서 맛보면 입이 즐겁다.
오래간만에 배가 터질 정도로 많이 먹었다. 감자 2조각은 도저히 못 먹겠더라.
8,000원의 행복
오래간만에 정식을 맛보았다. 확실히 정식이 주는 여유와 만족감이 있다. 찐 이웃이신, 정식 마니아 하지만알려줌님이 생각나더라. 하알님이 왜 그토록 맛있는 정식집을 찾아다니시는지 십분 공감한 날이다. 이날 참 잘 먹어서 그런지 이제 정식집을 좀 다니고 소개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도심에 숨은 정식 맛집을 하나하나 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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