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산
수없이 지나가면서 구경만 하고 맛을 보지 않은 식당이 있다. 그곳에 식당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기억을 되돌아보니 적어도 10년은 되었다. 그런데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크게 관심이 없었고 미식가 지인이 있는데 이 집을 비추하더라.
그래서 더 관심이 꺼져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지나가면서 보니 손님이 꾸준히 많은 것을 보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대청로 악기사 길 건너편 골목에 있는 일미 밀면이라는 곳이다.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로99번길 3
문의 : 051-463-3977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7시, 매주 일요일 휴무
대청동 주민센터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작년에 중구청장 재선거를 통해 새로 구청장이 당선되고 난 뒤 건너편 악기사와 이 골목 앞에 횡단보도가 생겼다. 자세한 내막을 알지만 지면에는 생략한다.
간판은 꽤 오래됐다. 이 자리에서 30년을 영업한 곳이다. 내가 본 것만 10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 집은 점심때 가면 박 터진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점심시간을 꼭 피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 돼지국밥 먹으러 몇 번 온 적이 있다. 국밥 맛은 기억이 안 난다. 그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그때는 손님이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손님의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적어도 내가 방문할 때마다 그랬다. 사장님께 어느 유튜버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가게는 좁은 편이다. 테이블이 그리 많지 않다. 점심때는 이 좁은 공간이 당연히 만석이 되고 복잡하니 사람에 치이는 것을 싫어하고 여유 있는 식사를 지향한다면 점심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지양하라. 배달 주문도 많아서 엄청 바쁘다. 방문 당시 초여름이었는데 지금은 더 바쁠 것 같다.
주방 쪽 모습
간장통이 아주 많다.
오후 4시쯤 됐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초와 겨자 소스, 수저통, 냅킨 등이 놓여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계속 들어온다. 말투는 서울 말씨고 뭔가 들떠 있는 것을 보니 관광객이 맞다. 이후 몇 차례 방문했을 때도 주로 관광객 혹은 여행객들이 많았다.
아마 나처럼 현지 주민들은 식당이 인기가 많아져서 점심때 정신없고 대접 못 받으니 자연스레 발길을 줄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슷한 예로 부평동 대성밀냉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그곳도 방송 타기 전부터 다녔는데 방송 타고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나서는 여름에 절대 안 간다. 이런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마침 나의 주 활동 반경이 워낙 여름에 관광객이 밀려오는 부산 중구라서 더 그렇다.
육수는 이렇게 만들어진단다. 사골뼈와 8가지 한약재, 천연조미료로 240시간 이상 끓인단다. 10일 이상 끓이는 육수이다. 이쯤 되면 육수 맛이 어떨지 대충 짐작은 갈 것이다.
원산지 표시판이다. 고춧가루 국내산 격하게 환영한다.
메뉴판을 찍어보았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수육 주문을 많이 하던데 여름에 수육 메뉴 안 한다. 그리고 돼지국밥과 뼈다귀 해장국 역시 여름에는 안 한다. 참고하기를 바란다. 안심콜로 전화하고 주문을 한다. 밀면 보통 한 그릇요~
온육수를 요청했다. 따로 끓여서 데워 주시더라. 아, 직원분들이 친절하다.
온육수를 맛보았다. 한방향이 초반에 치고 올라온다. 중간 이후부터 사골육수 맛이 난다. 아주 깊은 육수이다. 밀면집에서 먹어본 육수 중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진하고 깊은 육수이다. 육수 맛 표현에 늘 빠지지 않고 말하는 표현이 있다. 이 집 육수는 입안에서 굴리는 재미가 있다.
밀면이 나왔다. 온육수를 맛보았을 때 이 밀면은 맛을 보지 않아도 맛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무김치는 짭짤하다.
살얼음이 떠있다.
삶은 계란 고명은 인심 좋게 반개가 들어가 있다.
고기 고명이 상당히 부드럽다. 돼지국밥집답게 고기 고명이 꽤 괜찮다.
양념장과 채 썬 오이가 보인다.
그 아래로는 무김치가 올라가있다.
양념을 풀고 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한번 먹어보자.
면을 집어 보았다. 면이 다른 집들에 비해서 굵은 편이다. 굵은 면인데 부드럽고 잘 씹힌다. 최근 다녀온 모 밀면집의 면과 너무 비교된다.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었는지 면이 상당히 찰지다.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면을 맛본다.
밀면의 국물을 맛보니 상당히 진하다. 그리고 상당히 달달하다. 첫맛은 달달한데 끝 맛은 한방향이 아주 약하게 올라온다. 네이버 마이 플레이스 후기를 보면 한방향이 아주 진하게 올라오는 한방맛 육수라고 하던데 내 입맛에는 몇 번 먹어본 결과 아주 약하게 올라온다.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이 국물은 단맛이 상당히 극대화되어있는 국물이다. 오래된 부산 밀면 스타일도 느껴진다. 진하고 단맛이 강해서 밀면 초심자들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고 이런 취향을 싫어하는 이 역시 이 집 밀면은 맛이 없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상당히 맛이 괜찮다. 겨자 소스와 식초는 안 넣고 먹어도 된다. 그만큼 기본 간이 잘 잡혀있고 맛있다. 너무 달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네. 어쨌든 내 입맛에는 그저 맛이 좋다.
온육수를 다 먹고 나니 다양한 재료들의 흔적이 보인다.
깔끔하게 비웠다. 밀면 보통을 주문했는데 양이 적은 편이다. 성인 남자라면 무조건 대자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래간만에 상당히 입에 맞는 밀면을 맛보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점심때 가기는 좀 그렇고 조용한 시간에 찾아가야겠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내 입맛에는 아주 맛이 있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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