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많습니다.
밀면, 돼지국밥 등 늘 후보로 오르내리는 음식들 말고요.
갑자기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부산의 시어 市魚인 고등어로 만든 고등어 추어탕 드셔보셨나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비교적 흔하게 맛볼 수 있었던 음식입니다. 요즘은 좀 찾기 힘들어졌죠. 하지만 영도에 고등어 추어탕을 파는 식당이 몇 군데 있어요.

남항동 X-SPORTS 광장 근처입니다. 주차를 해놓고 좀 걸었어요.
우연히 아버지와 대화를 하던 중 아버지께서도 여러 번 다녀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몇 년 전인가 저도 들렀던 집입니다.

산정식당, 이곳을 다시 찾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숏츠 영상을 열심히 올리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규모도 꽤 커졌습니다.
지난여름이었나? 팔로워 분이 디엠이 와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산정식당이 본인의 외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여러 번 맛본 집이라고 회신드렸고 한번은 영상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12월 어느 날 다녀왔습니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콩나물 해장국과 우거지 해장국입니다. 콩나물 해장국을 이 집에서 먹어본 적은 없어요. 저는 늘 우거지로 주문합니다.
앞 쪽에 보이는 방에서 어머님들의 계모임이 한창입니다.
오래간만에 왔더니 페인트칠도, 테이블 색깔도 뭔가 바뀐 것 같습니다.

동네에 숨어있는 작고 소박한 식당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맛있는 음식 덕분에 근처 직장인들의 아침 식사, 점심 식사를 책임지고 있죠.

가격이 저렴해요. 5천 원에 밥 한 그릇 먹기 힘든 세상입니다.
점심때는 손님이 많아서 오후 1시쯤 갔더니 다행히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음식을 맛보기 전부터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밥 모자라면 얘기하라고 하시는 그 한마디, 참 따뜻합니다.

김장철이라 그런지 막 담근 김치가 눈에 띕니다.
김치 한 점 맛보는 순간 직감하실 겁니다. 사장님 손맛이 장난 아니시구나 하고 말이죠.
집에서 흔히 맛보는 멸치도 반갑습니다. 요즘 멸치 가격이 비싸서 이런 잔 멸치를 반찬으로 내놓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적당히 잘 익은 깍두기 하나 집어 드니 상큼 새콤함이 해장국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킵니다.

간단하게 차려진 한상입니다. 이게 5,000원입니다.
있을 건 다 있어요. 김치에 밑반찬에 밥, 국만 있으면 됩니다.

팔팔 끓는 거 조금 식혔어요.
사실은 영상 찍느라 사진을 소홀히 했습니다. 찍어놓은 영상을 캡처해도 되지만 따로 순간순간 담아낸 사진을 풀어보고 싶었어요.
예전의 글이 사진이 넘쳐나는 정보가 가득한 포스팅이었다면 앞으로 제 블로그 글은 적은 사진, 짧은 글이지만 포스팅을 통해서 그 순간의 미식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물을 뒤져보면 달걀노른자가 보입니다.
지금 깰 것인가 익혔다가 나중에 먹을 것인가? 잠깐의 고민 끝에 깼습니다.

메뉴는 우거지 해장국인데 사실 고등어 추어탕입니다.
우거지가 푹 익어서 엄청 부드러워요. 국물은 또 어떤가요? 진합니다. 장난 아니에요.
테이블에 산초가루와 들깨가루가 있습니다. 취향껏 넣어드시면 됩니다.
저는 둘 다 좋아하니 팍팍 넣었어요.

다진 땡초도 넣어주고 휙휙 저은 다음 한 숟가락 떠 봅니다.
행운입니다.
단돈 5,000원에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건 진짜 행운입니다.

고민 없이 밥을 잔뜩 말아봅니다.
밥알이 국물을 머금으면서 그 일체감이 더 좋아집니다.
고등어 추어탕요? 비리지 않아요? 전혀요. 담백하면서 정말 맛있습니다.

싹 비웠습니다.
12월임에도 불구하고 마침 온화한 기온을 보여준 날이라 먹는 내내 땀을 닦느라 분주했어요.
확실히 보양식을 제대로 맛본 기분입니다. 제 땀이 그 결과물이겠죠.
저렴하지만 맛은 결코 저렴하지 않아요.
어쩌면 익숙했던 음식들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영업시간 : 05시~15시
휴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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