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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초량 이바구길 유치환의 우체통 - 그리고 부산 원도심을 걸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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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7월의 어느 날입니다. 오래간만에 초량을 걸어보기로 생각했습니다. 비 오는 날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거든요. 부산 원도심을 함께 걸어보실래요?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580번길 2

문의 : 051-466-9818

운영시간 : 화~토요일 10시 ~ 19시, 일요일 09시 ~ 18시, 점심시간 12시 ~ 13시

휴무 : 매주 월요일, 공휴일

초량 이바구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바구공작소에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근처에 명란브랜드연구소, 망양로 산복도로전시관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바구공작소에서 산복도로 생활자료도 살펴볼 수 있으니 꼭 방문해 보시는 걸 추천드리고요. 근처에 망양로 산복도로전시관도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산복도로의 역사와 일상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잘 정비된 인도로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봄철 벚꽃이 피어 인기가 제법 많은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 나름대로 운치가 있네요.

버스정류장 1코스 정도 걸으면 이바구캠프가 있는 동네가 나오는데요. 정면에 초량1941, 초량845 등 카페와 식당이 있습니다. 아마 익숙한 분들 많으실 거예요.

산복도로로 조금만 걷다 보면 멋진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잘 정비된 보행 길은 늘 인기가 좋습니다.

저는 전망대 건너 보행데크로 걸었는데요. 산복도로의 풍경을 그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밀조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주택들을 보며 산복도로의 멋진 풍경을 한참 감상해 봅니다. 왼쪽으로 부산항대교와 부산항 북항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5부두, 그리고 저 멀리 해운대 장산도 보입니다. 산복도로 어디서든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참 매력적이죠.

앞서 설명한 전망대는 친환경스카이웨이전망대라는 곳인데요. 전망대에 올라서 탁 트인 풍경을 보면 답답했던 마음도 기분 좋게 사그라드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중앙공원 충혼탑도 살짝 보입니다.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산복도로가 참 매력적입니다.

오래간만에 찾아왔습니다. 비가 올 때 한번 찾고 싶었던 곳입니다. 유치환의 우체통입니다. 초량 이바구길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곳인데요. 이곳은 산복도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뿐만 아니라 1년 뒤 편지나 엽서가 전달되는 느린 우체통이 있답니다.

전망대 아래에 아트 갤러리가 있어요. 동네 주민들에게 무더위 한파 쉼터가 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 왔다면 더 좋은 풍경이었겠죠. 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비 오고 흐린 날 꼭 찾고 싶었거든요.

시인이자 교육자였던 청마 유치환은 대한민국 문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입니다. 아마 학창 시절 때 시인 유치환의 작품을 많이 접하셨을 거예요.

느린우체통이에요. 엽서나 우표는 바로 아래에 있는 아트갤러리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1년 후에 배달되니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유치환 우체통이 처음 생겼을 때 엽서를 본가에 보낸 적이 있는데 정말 1년이 지나고 오더군요. 추억을 다시 기억하기에 참 좋은 장치인 것 같습니다.

전망대 바로 앞쪽에 보이는 학교는 부산고등학교입니다. 청마 유치환과 연관이 있어요. 유치환은 부산고 교사로 부임하여 교가를 작사하였습니다.

부산고등학교 교가는 특이하게 교가에 학교 이름이 들어가지 않아요. 불러보면 더 멋진 곡이랍니다. 작사는 윤이상이 했습니다.

1절

아스라이 한 겨레가 오천재를 밴 꿈이

세기의 굽잇물에 산맥처럼 부푸놋다

배움의 도가니에 불리는 이 슬기야

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

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

2절

사나이의 크낙한 뜻 바다처럼 호호코저

진리의 창문가에 절은 단성 후련서니

오륙도 어린 섬들 낙조에 젖어 있고

연찬에 겨운 배들 가물가물 돌아온다

연찬에 겨운 배들 가물가물 돌아온다.

교가 가사 정말 멋지지 않나요? 시인 유치환의 작품입니다. 다른 시도 잠시 후에 소개해 보겠습니다.

정상지 작가 작품초대전도 8월 말까지 진행되네요. 제가 방문한 시점이 우편물 발송일이라 잠시 담당자가 부재중이었습니다. 아쉽지만 갤러리 소개는 다음에 해보겠습니다.

엽서도 팔고 LP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며 아트갤러리로 전시도 이어집니다.

유치환의 느린 우체통의 엽서 가격을 알려드릴게요. 풍경사진 엽서 500원, 디자인 엽서 800원, 셀프포토 엽서 1,000원, 엽서세트 4,000원입니다. 참고하세요.

계단을 조금 더 내려오면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관객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궁금하네요.

시인 유치환의 호는 청마 靑馬입니다. 시가 두 작품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을 적어봅니다.

깃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학창 시절 이 시를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는 깃발의 시적 표현은 은유, 비유, 역설법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어서 문제에 자주 등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골목길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유치환우체통 건물의 모습입니다. 부산 동구 초량, 수정동 일대에 터를 잡고 활동했던 시인 유치환을 기념하는 공간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글을 마무리해도 되지만 저는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합니다. 비 오는 날 부산 원도심 골목길을 걷는 것이 꽤 운치 있거든요. 그리고 시인 유치환의 흔적도 찾을 겸 수정동 쪽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초등학교의 외벽 색깔이 예뻐서 찍어보았습니다. 비 오는 거리의 분위기가 사진에도 잘 전해지네요.

중앙공원에 부산광역시립 중앙도서관이 있는데 수정동에는 중앙도서관 수정분관이 있어요. 예전에 여기서도 몇 번 공부했던 기억이 있어서 반갑네요.

그리고 조금 더 걷다 보면 문화공간 수정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정란각이라고 부르던 그곳입니다.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문화공간 수정도 가볼만합니다.

부산 동구청입니다. 다양한 시설이 모여있습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면 부산 북항재개발의 주 관할 지자체인 동구청은 더 바빠지겠죠.

경남여자고등학교까지 걸어왔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있습니다. 교문 입구 오른쪽에 작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인 유치환은 경남여고 교장으로 취임하여 근무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시기에 교감을 지내고 있던 사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부친이자 작곡가 금수현 선생입니다. 중구 중앙공원 아래쪽 동네인 대청동에 금수현의 음악살롱이라는 문화 시설이 있답니다.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청마 유치환은 1967년 2월 어느 날 모임을 가진 후 수정동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좌천동 봉생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시내버스에 치여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경남여고 정문에서 정면 끝에 보이는 누런색 큰 건물인 부산일보까지 구간을 '시인의 길'이라고 부릅니다. 청마 유치환이 교편을 잡았던 경남여고에서부터 그 사고가 있었던 대로변 수정가로공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청마 유치환의 마지막 걸음이 묻어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봉생병원 맞은편에 있는 수정가로공원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를 기리고자 '바위'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근처에 있는 동구문화플랫폼 시민마당을 지나며 한번 찍어보았습니다.

초량 이바구공작소에서 출발해서 유치환우체통, 초량 골목길, 수정동 등 부산 원도심을 걸어보았습니다. 청마 유치환이라는 인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찾으며 걸어보니 의미가 남다르네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시인 유치환의 작품을 감상해 보려고 해요. 다음에는 다른 주제로 부산 원도심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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