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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LA즉석돈까스 중앙동에서 돈까스 생각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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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신상 맛집 말고 웬만한 식당은 다 가봤는데 문제는 바쁜 점심시간에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손님들 무리에 섞여서 식사를 하다 보면 포스팅거리로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할만한 여유가 안 생긴다.

요즘은 시간을 좀 조절해서 쓸 수 있어서 포스팅을 하고 싶었던 가게에 점심시간을 조금 피해서 가곤 한다. 오늘도 그렇게 다녀왔다.


부산광역시 중구 40계단길 7

문의 : 051-464-5703

영업시간 : 월~토요일 11시 ~ 20시

휴무 : 매주 일요일

몇 달 전에 포스팅한 집이다. 중앙동 LA즉석돈까스이다. 이 집은 내가 다닌 지 15년 정도 된 집이다. 수백 번은 아니지만 100번 이상은 먹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거의 오픈 초부터 즐겨 찾았다.

점심때는 메뉴를 메모에 남기면 준비가 되곤 한다. 그만큼 손님이 많다는 얘기고.

포크밸리 돼지고기 등심을 사용한 돈까스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돈다. 이 골목에 맛집이 꽤 있는데 돈까스 배너를 보고 결국 돈까스를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한둘이 아닐 거라 본다. 나도 매번 그랬으니.

돈까스 하나에 9,000원 하는 시대가 왔다. 세월이 많이 흐른 건지 지금 이 시대가 그런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밀면, 돼지국밥, 돈까스 서민음식 3종이 곧 1만 원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호주산 소고기 빼고는 전부 국내산, 그리고 음식 덜어먹기, 위생적 수저 관리, 음식 재사용 안 하기 등을 준수하는 안심식당이다.

참고로 여기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시고 정말 깔끔하시다. 그 모습을 꽤 오래 봐왔기에 돈까스가 생각날 때는 고민 없이 오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야가 넓고 민감한 편이라 사소한 부분을 잘 살피고 체크하는 편인데 식당에 가서 보면 그런 사소함 하나하나가 결국 전체를 만들 때가 있더라. 위생이 정말 중요한 시대인데 가격은 올리고 위생 수준, 친절 마인드는 아직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식당이 너무 많다는 게 참 웃프다.

그런 식당에서 한 번씩 먹는 거야 문제가 안되는데 자주 먹으면 결국 탈이 나더라. 작년 여름에도 위생이 좀 아쉬운 모 밀면집에서 한 그릇 먹고 바로 장염 걸려서 일주일 정도 개고생을 한 이후로 한여름에 밀면은 피하는 편이다.

대부분 계란 사용을 하면서 최소한의 위생을 지키지 않은 결과인데 최근에도 부산진구의 어느 배달 전문 밀면집에서 단체 식중독이 나온 뉴스를 보니 씁쓸하더라.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체하기엔 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 갑자기 이선희 노래가 생각나네. 아무튼 한바탕 점심 전쟁을 치른 후 쾌적한 시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민하지 않고 돈까스를 주문한다.

날씨가 더우니 시원한 물도 한잔 가져온다. 서서 한 컵 원샷으로 마셔주고.

깍두기와 스프가 먼저 나온다.

빵 몇 조각이 올라간 양송이 스프는 언제 먹어도 맛나다. 흑임자 스프도 나오고 옥수수 스프도 나온다. 날마다 다르다.

깍두기는 딱 적당하게 잘 익었다. 이 정도가 식감도 좋고 맛도 좋은 타이밍이다.

돈까스가 나오기 전에 차분하게 스프 한 숟가락씩 먹으면서 입맛을 다신다. 스프를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도 가끔 끓여먹고는 했는데 오래간만에 맛보는 양송이 스프는 너무 반갑다.

돈까스가 나오면서 새로운 접시가 하나 더 나왔다. 돈까스 접시를 볼 때마다 입 벌리면서 웃으며 쳐다보는 것 같다.

소스가 듬뿍 올라간 돈까스는 먹기 좋게 주방에서 큼직하게 썰어서 나온다. 손님들이 편하게 먹기 좋으라고 썰어 나오는 것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회전을 빨리하게끔 하는 역할도 한다고 본다.

파인애플과 양배추 등 샐러드, 그리고 밥이다. 샐러드 소스는 중간에 뿌려져 있어서 섞어 먹기 좋다. 집에서 양배추 샐러드 먹을 때 이렇게 해먹는데 반갑더라. 밥은 더 달라고 미리 요청하면 많이 주시더라. 나는 주는 대로 먹는다.

더운 날 시원하게 맛보라고 작은 그릇에 살얼음 가득한 모밀을 챙겨주신다. 이런 사소함이 단골을 만든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얼마나 반가운가? 비록 한 젓가락으로 끝나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백두산 천지 차이이다.

돈까스를 살짝 잘라보았다. 고기가 꽉 차있다. 보기보다 양이 많다는 소리다. 이렇게 두툼하게 할 때는 고기와 튀김옷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그렇지 않다.

몇 년 전에 포스팅하고 몇 차례 방문하고 이제는 더 이상 가지 않는 줄 서는 어느 돈까스집이 생각난다. 그 집 돈까스는 꼭 튀김옷이 너덜너덜하게 벌어지더라.

이집 돈까스는 고기를 여러 겹으로 쌓아서 만든 돈까스인데 연육이 잘 돼서 고기가 정말 부드럽다. 이런 집이 줄을 서야 할 집이다.

굳이 줄 서서 먹을 정도가 아닌 집들이 줄 서는 걸 보면 마케팅을 잘한 건지 사장이 복이 많은 건지 의아할 때가 많더라.

앞서 말했듯이 중앙동 직장인들은 인정하는 찐 맛집인데 자주 일상처럼 찾는 식당이니 포스팅하고 하겠나 그냥 먹는 거지. 이런 직장인 찐 맛집이 중앙동에 정말 많다. 아, 물론 이 집도 점심때는 줄 선다.

얼마나 실한가? 튀김옷도 얇은 편이고 고기에 집중한 돈까스이다. 튀김옷만 두껍고 고기 비율을 줄여 놓은 돈까스와는 비교 불가리스이다. 양분식 돈까스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스는 하인츠 데미그라스 소스를 베이스로 쓰면서 사장님만의 비법이 첨가된 소스인데 꽤 독특하다.

돈까스 한 점 맛보고 모밀 흡입한다. 시판이겠지만 감지덕지다. 맛만 좋다.

상큼한 과일 소스가 듬뿍 뿌려진 양배추 샐러드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한다. 소스 역시 바뀔 때가 있다.

이집 돈까스의 특징인 소스를 얘기 안 할 수가 없는데 새콤함이 지배하는 소스이다. 일단 맛을 보면 새콤함이 딱 치고 올라오고 이후에 달달함이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고소함이 여운으로 남는 소스이다. 고소함 부분은 비법인 것 같아서 따로 적진 않겠다.

소스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내 입에는 진짜 맛있다. 함께 맛본 동료 등 지인들도 대부분 좋아하더라. 요즘 돈까스 생각나면 그냥 고민 없이 이 집으로 간다.

이 소스를 보니 또 돈까스가 땡긴다.

결과는 예상대로 싹 비웠다. 맛을 본다면 싹 비울 수밖에 없다. 느끼함도 덜해서 한 그릇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바로 들 정도이다. 소스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그리고 튀김옷이 그리 두껍지 않은 편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식당에 기름 냄새도 거의 안 나고 아무튼 늘 만족하는 가게이다. 중앙동에서 돈까스 생각난다면 이 집 한번 가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게 제대로 된 돈까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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