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블로거가 적어보는 한국경마 100주년 기획 이야기의 2번째 시간이다. 1편을 쓰고 나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과연 어떻게 적으면 한국경마 100주년에 걸맞은, 의미 있고 소중한 글이 될까 고민을 해보았다. 물론 누구나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글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획 총 4편의 글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았다. 한국경마 100년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과거 신문 기사, 역사적 시선 등 많은 글을 읽어보았다.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의 흐름을 적어볼까도 했지만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2편 이번 글 역시, 내가 직접 발로 뛰고 직접 자료를 찾아보며 글을 쓰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2편 글의 제목은 처음에 '한국경마! 달려온 100년'으로 생각해놓았다. 글 방향을 바꾸기로 해서 제목도 부득이하게 바뀐 것이다. 한국경마 100년의 역사 이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말에 대한 흥미 있는 주제들로 글을 구성해 보았다. 아래에 나오는 모든 사진은 내가 직접 찍은 사진임을 밝히며 2편을 시작해 본다.
제주 이호테우해변의 말등대
시작은 제주의 어느 해변이다. 빨간 말, 하얀 말등대가 사이좋게 서있는 이 사진만 보면 제주도에 가고 싶다. 늘 제주에 도착하면 첫 번째 목적지로 고민 없이 이호테우해변을 방문한다. 우리나라 말의 역사에 대해 제주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제주 이호테우해변의 말등대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은 분명하다. 구석기 시대에는 말을 사냥하거나 포획해서 고기로 먹고 젖을 짜서 먹으며 중요한 식량 공급원으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6천 년 전 청동기 시대 이후 말을 가축처럼 부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수렵활동과 농사 등에 노동력을 제공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한반도에서 말의 사육은 선사시대부터 이루어졌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지만 부여, 옥저, 고구려 등에서 이미 목장을 설치하고 소, 돼지와 함께 말을 사육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이후 삼국시대부터는 소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말은 전쟁을 위한 군사적인 목적과 통신, 교통, 교역 등 다양한 활약을 하며 우리 한민족의 삶과 함께 했다.
제주 이호테우해변의 말등대
고대 한반도에서 기동성을 갖추고 사냥과 군사 목적으로 활약한 말은 '과하마'다. 고구려와 동예에서 났다고 전해지는 이 말은 몸집이 작아서 과수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는 말이라는 뜻으로 과하마라 불렀다고 한다. 제주마가 대표적인 품종이다. 속도도 빠르고 지구력이 좋은 이 조랑말은 이후 조선 시대에 군마로 주로 이용된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다 보니 큰 말보다는 작은 말이 더 유리했던 것이다.
한라산의 모습
말등대 앞에 서서 저 멀리 한라산을 바라보았다. 제주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눈에 들어온다. 부푼 기대를 가득 안고 제주에 발을 내딛는 여행객들은 제주에서 어떤 즐거운 기억을 만들지 궁금하다.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제주하면 말이 연상되는 곳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제주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재래마인 제주마는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듯 역사의 흐름은 이어진다.
부산 태종대 영도등대
제주도에 말 모양의 등대가 있다면 부산에는 말과 관련된 이야기가 어떤 게 있을까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첫 번째로 부산에 오면 꼭 방문하고 간다는 태종대에 있는 영도등대를 소개해 본다. 파도치는 흐린 날의 사진이라 조금 아쉽다. 영도등대는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한국경마 100년과 같은 세월을 지내온 등대이다. 이 등대는 처음에 목도등대라고 불렀는데 설치 당시 목장이 있는 섬 위에 위치한 등대라는 뜻으로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이후 절영도등대라고 부르다가 1974년에 '절'자를 빼고 현재의 영도등대로 개명하여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사소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알고 관광지에 방문한다면 그 재미가 배가 된다. 그러면 글 1편에도 잠깐 소개했던 절영도는 어떤 의미일까?
부산 영도 봉래산 둘레길 복천사입구
부산 영도에는 봉래산이라는 산이 있다. 섬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어서 사방으로 보는 경치가 아주 장관인 산이다. 봉래산 둘레길을 걸으며 만났던 안내판을 소개해 본다. 아래에 말 모양이 참 귀엽다.
바로 위에서 던졌던 질문, 절영도는 바로 영도의 옛 이름이다. 삼국시대부터 영도는 국마장으로 유명했는데, 이곳 말들은 그림자가 끊어져 보일 정도로 빠른 명마로 꼽혔다고 한다. 실제 삼국사기에는 신라 성덕왕이 김유신의 공을 치하해 절영마 한 필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여기서 잠깐, 한국경마 100년의 역사를 살펴보니 부산은 1930년 서면 경마장에서 처음 경마를 시행한 후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파를 모았던 명실상부한 경마의 도시였음을 알 수 있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경마의 도시라면 분명히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인데 도대체 어디서 말을 키웠을까?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부산에 남아있는 말의 흔적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부산 영도 봉래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항 쪽 풍경
봉래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기가 막히다. 정상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음료를 한잔하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과거 영도에서 말을 많이 키울 때 말을 타고 봉래산 정상까지 올라왔을까?
부산 영도 봉래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도 쪽 풍경
봉래산 정상은 사방으로 뷰가 열려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산에서도 말들이 뛰어놀았을 것 같은 상상을 해본다.
부산 동구 구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멀리서 영도를 바라보기로 하고 부산 동구의 구봉산을 올라가 보았다. 날씨가 좋은 날 올라가면 정상의 풍경은 기가 막힌다. 이렇게 잘 보인다.
부산 동구 구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조금 더 줌을 당겨보았다. 오늘 정말 날씨가 좋다. 수평선이 굴곡이 있다. 저것은 바로 우리와 더 가까운 일본의 섬, 대마도이다. 착시 효과로 인해 상당히 크게 보인다. 영도 밖에서 영도를 바라보니 목마장이 많았던 사실이 이해가 간다. 섬 가운데의 봉래산 아래로 사방이 완만한 경사가 펼쳐져 말이 뛰어놀기에 참 좋아 보인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보니 사소한 부분도 다시 보게 된다.
부산타워에서 바라본 풍경
부산 서구와 사하구에 걸쳐 천마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이 있다. 부산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인데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바로 천마산이다. 일몰 시간이라 참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천마산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하늘에서 말이 내려와서 천마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천마산 정상에 가보면 말 발자국 같은 바위가 있다. 그리고 옛날 이 산에 초원이 우거져 말이 서식할 정도로 뛰어난 자연조건을 가졌다고 해서 천마산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진에도 보이는 천마산 아래에 초장동이라는 동네가 있다. 조선시대에 목마장이 천마산 아래에 여기저기 있었는데 초장동 일대에 있던 목마장이 영도로 옮겨가면서 목마장 대신 풀 초자를 써서 초장동이 되었다고 한다. 남포동 근처에 있는 토성동 역시 흙으로 쌓은 목마장의 성벽과 관련된 지명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자료를 찾기 위해 부산시청, 영도구, 사하구, 서구청 등 다양한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찾으면 찾을수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놀랐다.
혹시 실제 말과 관련된 흔적이 남아있는지, 직접 볼 수 있는지 찾아보았다. 목마성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목마성은 목장의 말이 울타리 안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부산의 곳곳에 목마장은 많았지만 현재 목마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사하구 괴정에서 당리에 이르는 등산로에 일부가 남아 있다는 정보를 찾았다.
주말 점심을 맛있게 먹고 산행을 시작했다. 대티고개 부근의 동주대학교를 들머리로 걷기 시작하였다. 걷다보니 산행 이정표를 만났는데 마하골 입구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 말과 관련된 지명인 것 같아서 찾아보았다. 역시 맞았다. 사하구 괴정동의 옛 이름은 목장리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목장이 있어서 말골, 마하골, 마하곡 등으로 불렸다. 그리고 목마성에 대한 기록도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라는 고서에 전해진다. 그리고 현재 당리동과 괴정 4동 일대에 마하로라는 도로명 주소가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지금의 괴정이라는 이름은, 괴정동에 있는 팔정자나무라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 비롯된다. 수령이 600년 이상 된 이 나무가 회화나무 즉, 괴목이어서 괴정이라고 붙여졌다. 괴정은 조선시대에 낙동강을 통해 조세 명목으로 곡물을 운송하던 조운의 주요 통행로였다. 낙동강에서 도착한 곡물이 하단포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짊어지고 괴정을 거쳐서 대티고개로 넘어갔는데 괴정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팔정자나무 아래에서 한숨 돌리고 쉬어갔다고 한다.
승학산 둘레길에서 발견한 목마성의 흔적
역사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산행은 너무 설렜다. 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 덕분에 기분 좋게 걸어가 본다. 원래 돌을 쌓은 목마성은 대티고개에서 당리동 뒷산까지 약 3km의 흔적이 남아있었으나 1970년대 개발로 인해 지금은 아주 일부만 남아있다고 한다. 목마성의 흔적을 찾아서 눈에 불을 켜고 걷다가 드디어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한국경마 100년의 역사적 현장을 바로 눈앞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사하구 일대의 풍경
기쁜 마음을 안고 걷다 보니 중간중간에 조망이 터진다. 지금은 아파트로 울창한 사하구 일대의 모습이지만 먼 옛날 괴정동 일대 목장리는 천마산에서 승학산으로 이어지는 국마장으로 괴정, 당리, 하단까지 이어지며 그 규모가 절영도목장 다음으로 컸다고 전해진다. 그 시절 말들이 뛰어놀았을 목장을 생각하며 잠시 쉬어간다. 몇 년 전 한국사능력검정 심화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역사 공부를 많이 했지만 이렇게 실생활에서 접하는 역사는 더욱더 재미있다.
승학산 둘레길에서 발견한 목마성의 흔적
그렇게 걸어가며 목마성의 흔적을 찾다 보니 어떤 이정표에서 목장성지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오른쪽이 목장성지라고 소개하고 있더라. 그리고 그 흔적을 찾았다.
너무 반가워서 영상을 찍어보았다. 더운 날씨에 걷다 보니 거친 숨소리가 영상에 잠깐 녹음된 부분은 양해 바란다. 힘들어서라기보다는 기쁨의 숨소리로 둘러대본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꽤 확실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목마성의 흔적
목마성의 흔적 한구석에 작은 안내도 붙어있다.
자료를 찾다 보니 목마장이 이동했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천마산에서 승학산으로 이어지는 괴정, 당리, 하단까지의 넓은 괴정 목마장은 영도로 옮겨갔고, 영도의 목마장은 해군부대가 들어선 19세기 말 이후 송도의 모지포마을로 옮겨간다. 송도가 조선의 마지막 부산 국마장이 되었고 일제강점기 때는 그자리에 일본으로 보내는 소가 건강한지 혈청을 검사하던 혈청소가 생긴다. 혈청소에는 이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부산지부가 들어서게 된다. 아직도 송도의 혈청소라는 지명은 많이들 부르는 지명이다. 목마장의 이동과 역사의 흐름이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느 맑은 날 찾은 승학산의 모습이다. 얼핏 보면 옛 모습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그런 풍경이다. 마치 지금이라도 말들이 뛰어놀 것 같은 멋진 풍경이다. 천마산, 승학산 일대의 드넓은 목마장에서 뛰어놀던 수많은 말들 중에서, 특히나 잘 달릴 것 같은 말들을 골라 훈련시키고 기수가 경마장에 나가서 경기에 출전했을 것을 생각하니 뭔가 가슴이 웅장해진다. 한 여름밤의 상상이겠지만 그 시절 그땐 그랬겠지.
한국경마 100년을 기념하는 기획 2편에서는 지난 100년의 한국경마의 이야기를 넘어 그 이전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글을 쓰기 위해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직접 발로 뛰고 산행도 해보았는데 아주 재미있고 보람된 취재였다. 대부분 많이들 모르는 이야기를 찾아서 정리하여 소개하고 싶었는데 내 의도가 이 글에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지 궁금하다. 많은 피드백과 응원 부탁드린다.
1편의 링크를 남겨본다. 한번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한국경마 100년의 역사에 부산경마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 그 이유를 이번 글을 쓰면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경마 100년의 역사, 훨씬 이전부터 우리 부산은 말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참 기쁘다. 다음 주에 소개할 3편 역시 재미있고 알찬 내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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