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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초량천 맛집, 50년 전통 부산할매돼지국밥 (부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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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소울푸드, 돼지국밥을 맛보고 왔다. 추운 겨울날 몸을 녹여 주기에 충분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집, 초량육거리 돼지국밥 맛집, 50년 전통 1대 할머니 손맛 그대로! 부산할매돼지국밥이다.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로 27

문의 : 051-467-4070

영업시간 : 24시간 (수요일 오후 11시 ~ 목요일 09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작년인가 간판도 바꿔달고 문도 바꾸고 실내도 손을 좀 봤다. 바로 오른쪽에 우리돼지국밥이라고 있는데 이 집과 함께 두집은 내가 20년 넘게 다닌 집이다.

내 기준에는 옆집 우리국밥보다는 할매국밥 이 집이 낫다. 희한한 건 두 집 다 먹어본 지인들의 후기를 토대로 분석을 해보면 취향이 거의 반반 으로 나뉘더라.

우리돼지국밥은 뭔가 늘 아쉽다. 지금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가면 늘 직원의 불친절이 아쉽고, 어떤 날은 토렴이 엉망이라 아쉽고, 또 어떤 날은 국물이 다 식어빠져서 아쉽고 아무튼 아쉬운 경험이 많다.

20년 전쯤에 맛볼 때는 참 맛있었는데 어째 날이 갈수록 별로인가 싶기도 하다. 오래 맛본 지인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 서서 먹고 인기가 많은 걸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지. 내 입맛이 마이너 한 가 보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돼지국밥 (8,000원) 한 그릇을 주문한다. 오래간만에 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생각보다 조용하다. 옆집은 붐비던데 말이다. 이 집은 손님들의 연령층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 뜨내기손님은 거의 없고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다.

메뉴판이 바뀌었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가 참 아쉽다. 이제는 돼지국밥 한 그릇에 8,000원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퇴근길에 만 원짜리 한 장으로 돼지국밥에 소주 한 병 마시던 시절이 그립다.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돼지국밥 한 그릇에 3,000원이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렀다. 강산이 2번은 바뀌었으니 당연한 얘기인가?

원산지 표시판이다. 모두 국내산이라 다행이다. 수입산 돼지고기를 쓰면서 8 ~ 9,000원을 받는 집들도 많더라.

앉아서 고기를 썰고 계시는 사장님은 늘 반갑게 맞아주신다. "삼촌 왜 이리 오래간만에 왔노? 자주 좀 온나 삼촌아" 늘 나에게 건네시는 멘트도 똑같다.

한참 머리고기 손질 중이시다. 한 컷 찍어본다. 이집 돼지국밥의 장점 중 하나는 돼지 잡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고춧가루, 소금, 후추가 놓여 있는데 돼지국밥을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저 양념 필요 없다. 정구지와 새우젓만 있으면 된다.

직접 담은 깍두기와 김치이다. 손맛이 제대로 들어간 음식들이다. 특히 김치는 전형적인 부산 바닷가 스타일이다. 젓갈이 많이 들어가 있고 적당히 익어서 딱 내 입에 맞다.

나는 김치 입맛이 까다로워서 엄마가 담으신 김치 외에는 손을 잘 안대는 스타일인데 이런 김치는 대환영이다.

역시 예상대로 빨리 나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돼지국밥은 주문을 하고 10분 내로 나와서 한 그릇 후딱 먹고 배두드리면서 계산하고 나오는 패스트푸드이다. 거기다가 소주 한잔 걸칠 수 있으면 더 좋고.

부추무침 (정구지 무침)과 고추, 양파, 마늘 등 전반적으로 채소의 상태가 꽤 좋다. 그래 이래야지! 풀이 죽어 문드러지려고 하는 부추 내놓는 집들은 각성 좀 했으면 한다.

이집 부추무침은 돼지국밥의 맛을 가리지 않는 수준에서 양념이 잘되어 있어서 딱 적당한 선을 지킨다.

뿌옇고 진한? 맑고 투명한? 딱 그 중간쯤의 국물이다. 맛을 알기에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흐른다.

국물은 맑아 보이지만 진국이다. 입구 앞에 있는 큰 솥에 끓이는데 시간대별로 국물의 깊이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큰 편차는 없다.

숟가락을 들어 올리면 다대기가 등장한다. 간이 짜지 않고 적당해서 덜어내고 할 필요가 없다.

고기는 여러 가지 부위를 사용하는데 부드럽다. 마침 숟가락으로 떠보니 삼겹살 부위가 올라온다. 흐물흐물한 부드러움이 아닌 적당히 씹기 좋은 그런 부드러움이다.

부추도 넣어본다. 돼지국밥을 먹을 때 이때가 가장 기분이 좋은 시점이다. 아직 뚝배기에 국밥이 한가득 있는 지금 이 순간 말이다.

뭐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맛이 있다. 부산에서 돼지국밥은 본인 동네에 있는 본인이 자주 가는 집이 제일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음식이기도 하고.

머리고기도 보인다. 질기지 않고 잡내 하나 없는 맛있는 고기이다. 머리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질 좋은 고기로 잘 만든 음식을 맛보면서 입문하면 괜찮다.

친한 이웃인, 하지만알려줌님의 돼지국밥 글에서 읽은 게 기억이 나서 김치를 올려서 맛을 본다. 꿀맛인데? 왜 나는 김치를 올려 먹을 생각을 안 했을까.

맛집 탐방을 하면서 늘 좋은 글을 써 주시는 하지만알려줌님 블로그를 추천한다. 나와 글의 방향성도 비슷하고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있어서 늘 응원하는 블로그 이웃이다.

순식간에 모두 비웠다. 말해 뭐해.

부산 동구 지역화폐인, 이바구 페이로 결제를 하였다.

작년 봄쯤인가 이 식당을 동구 sns 서포터즈 글로 올렸는데 동구청 블로그에 소개된 적이 있다. 계산을 하면서 한참이 지난 그 얘기를 꺼냈더니 안 그래도 동구청 블로그 보고 찾아왔다는 손님이 꽤 있었다고 너무 고마워 하시네. 블로그의 순기능이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나서 초량천을 걸어본다. 참 많이 변하고 있는 초량이다.

오래간만에 맛본 단골 돼지국밥은 여전히 맛있더라. 부산역에서 돼지국밥이 생각난다면 선택지가 상당히 많다. 부산할매돼지국밥도 한번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진짜 동네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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