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한참 사진을 할 때 블로그를 하다가 잠시 접어두고 블로그를 제대로 다시 시작한 지 4년이 되었다. 그 와중에 다양한 변수도 있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 좋은 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참 좋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고 하는데 블로그 4년 차니 이제야 초보 딱지를 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느끼지만 초심이 참 중요하다. 그 초심이 롱런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느낀다. 파워블로거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겸손하자. 아무튼 앞으로도 늘 초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서론이 길었던 이유가 있다. 오늘 가볼 곳은 블로그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포스팅 한 곳이라 반가운 마음에 찾다보니 잠시 삼천포로 빠졌나 보다. 초심이 뭔지 요즘 참 많이 생각하게 한다.
각설하고 남포동에서 술 한잔할 때면 늘 2차나 3차로 가던 술집이 있다. 실내는 적당히 조용하면서 각자의 대화소리가 정겹게 들리며 즐거운 술 한잔하기 딱 좋은 그런 분위기, 앉아서 일행들과 한잔하면 이런저런 대화가 깊어지고 서로의 속마음도 알 수 있었던 단골 술집이었던 곳이다.
족발골목에 있던 오사마리라는 곳인데 예전에는 참 자주 갔다. 바빠서 한동안 남포동 방문이 뜸했고 어느 날 족발골목을 지나는데 술집이 사라지고 다른 가게가 생겨서 참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좋은 술집이 또 사라졌구나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히 친구가 우리가 자주 가던 그 술집 이전해서 영업 중이라고 귀띔을 해주더라.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이전한 곳으로 다시 찾기 시작한 게 벌써 5년 정도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
부산광역시 중구 중구로23번길 42
부평동 어느 골목길로 이전한 나의 단골집, 오사마리이다. 사장님은 나를 못 알아보시는? 사실 나 혼자 단골에 가깝다. 워낙 단골들이 많은 술집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나이 지긋하신 여 사장님 혼자 운영을 하시는데 워낙 내공이 있으셔서 음식도 빨리 나오고 무엇보다 친절하다. 일본 사람의 친절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1차에서 배부르게 먹고 왔으니 안주는 간단하게 모둠 오뎅탕 (15,000원) 을 주문해 본다. 이 집은 모든 메뉴가 참 맛있어서 늘 고민이 된다. 메로 구이도 맛있는데 다음에 주문하기로 한다. 술은 청하를 주문했다. 희한하게 평소에는 청하를 안 마시는데 이 집만 오면 청하로 마시게 된다.
다양한 사케도 있다. 주로 흔한 우유팩 사케이다. 일본 여행 가서 마트 가면 꼭 몇 팩씩 사 오는 사케들이라 반갑다.
실내 분위기는 이렇다. 테이블 5개 정도 있는 작은 술집이다. 적당히 어두운 조명 덕분에 술 한잔하면서 상대방과 대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추운 겨울이라 다들 옷이 두껍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함께 와서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 잘 안다. 문득 노래 하나가 생각난다.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 이원진
기본 안주가 깔린다. 미역줄기 무침, 생강 절임, 락교, 땅콩, 귤까지 메인 안주가 나오기 전 한잔하기 좋다.
일본의 유명한 사케 브랜드인 키자쿠라 사케의 술잔이다.
맑고 깨끗한 청하 (5,000원) 참 오래간만이다. 청하는 도수가 그리 높지 않고 깔끔해서 마니아들이 많은 술이다. '벌써 열두시~' 노래가 생각나네. '벌써 12시' -청하
잔이 나름 큰 편이라 이만큼만 따라보았다. 오래간만에 맡는 청하의 향이 참 좋다.
한잔하다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뭔가 오래된 선술집 같은 분위기 참 좋다.
땅콩을 열심히 까먹어본다. 평소에는 잘 안 먹는데 꼭 술집에 오면 이렇게 까먹게 된다.
먹기 좋게 하나하나 까놓은 땅콩이다. 고소한 맛 덕분에 간식으로도 참 좋다.
맑고 깨끗한 청하
청하는 쌀의 속살을 저온 발효 후 냉각 여과시켜 맛이 깔끔하다고 한다.
청하는 1986년 출시되어 현재까지 롱런하고 있는 술이다. 의외로 오래되었다. 그리고 도수가 13도로 요즘 즐겨 마시는 소주의 도수 16.9도보다는 약하다. 하지만 도수가 약하다고 부드럽다고 계속 마시면 빨리 취하게 되는 술이다.
모둠 오뎅탕이 나왔다. 남포동, 광복동, 부평동 쪽에서 오뎅탕을 맛있게 하는 집이 몇 군데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집 오뎅탕이 참 맛있더라. 데리고 갔던 친구, 지인들은 다 단골이 되었지.
여러 종류의 오뎅, 죽순, 곤약, 떡 등이 보인다. 잔파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필자는 곤약을 정말 좋아한다. 곤약 간장조림을 밑반찬으로 가끔 만들어 먹는데 칼로리도 낮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 좋다. 중간에 칼집을 내서 그 구멍 사이로 돌려주면 저렇게 예쁜 모양이 된다.
육수에 신경을 참 많이 쓴 오뎅탕 국물이다. 흔히 길거리 오뎅집에서 맛보는 그런 육수와는 맛이 다르다.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있으면서 목 넘김이 부드러운 참 맛있는 국물이다.
청하를 한잔하다 보니 오래간만에 우유팩 사케가 먹고 싶더라. 간바레 오또상을 하나 주문하였다. 30,000원이며 900ml의 용량이다.
감성 사진이라고 찍었는데 별로 감성적이지 않은 사진이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우유팩 사케
일본에 배 타고 놀러 갈 때면 늘 캐리어, 배낭에 종류별로 가득 담아오던 우유팩 사케이다.
정식 수입 제품이네. 신기하다.
제조일자는 21년 9월 17일이다. 이 시점이 21년 12월 말이니 얼마 되지 않았네.
오뎅탕에 한잔하기 참 좋다. 따뜻한 국물과 쫄깃하며 맛있는 오뎅 덕분에 술 마시는 재미가 있다.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실내가 따뜻한 편인데도 국물이 금방 식어버린다. 사장님께 국물 좀 데워 달라고 요청드렸다.
따뜻하게 데워진 오뎅탕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더 추가된 느낌이다.
스지도 넣어주셨고
소고기도 넣어주셨다.
떡도 더 넣어주셨네. 이 떡이 참 맛있다. 적당하게 잘 익어서 물렁하면서도 쫄깃해서 국물과 함께 맛보기 좋다.
부드러운 소고기 한 점에 사케 한잔 가능? 어 가능!
900ml 용량인데 금세 사라진다. 우유팩 사케의 단점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도수도 소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14.5도라 말 그대로 술술 들어간다. 하지만 청하와 마찬가지로 과음하면 다음날 머리가 깨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술이다.
짧은 시간에 맛있게 먹고 나왔던 영수증이다.
코로나19로 오후 9시까지 제한이던 상황이라 참 아쉽더라. 이제는 시간제한이 풀렸으니 조만간 오사마리 또 가야겠다. 오뎅탕이나 메로구이에 한잔할 생각에 벌써 설렌다.
처음 이 집을 방문한 것이 15년 전쯤이었나? 암튼 오래되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늘 한잔하러 가고 싶은 술집이다. 현 위치로 옮기고는 자주 안 갔는데 생각난 김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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