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한림항 부근에 잡았다. 이 동네는 지도상 오른쪽으로는 애월, 왼쪽으로는 협재가 있어서 관광객이 그리 찾지 않는 동네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면서 직원분에게 현지인 고기 맛집을 물어보았고 짐을 풀고 좀 쉬면서 폭풍 검색을 해본다. 구글지도, 다음지도, 네이버 마이플레이스, 블로그 등 온갖 정보를 빠른 시간에 습득해 본다.
그리고 후보를 3~4군데 정하고 마실 삼아 걸어보기로 했다. 슬리퍼 신고 복장 재정비한 후 현지인 컨셉으로 말이다. 여행을 가면 나를 현지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더라. 그 예로 영덕에 놀러 갔을 때 해변에 있으니 튜브 관리하는 현지인으로 몇 번이나 오해를 받기도 하고 일본에 놀러 갔을 때는 일본 사람들이 나에게 길을 물어본 적이 참 많다. 물론 전혀 일본인처럼 생기지 않았다. 돌아보면 꾸미지 않고 여행지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며 현지에 녹아들듯 마음을 열고 다니다 보니 그런 일이 자주 생기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영덕 해변을 회상해 보니 그 당시 광복 70주년 기념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더 관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쭉 돌아보니 의외로 직원이 추천해 준 곳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면서 걷다 보니 도민상회라는 반가운 간판이 보인다. 예전에 월정리 해변에서 참 맛있게 먹었던 도민상회가 생각난다. 이곳은 도민상회의 본점이네. 고민하지 않고 들어가 본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3길 8 도민상회 본점
문의 : 064-796-0795
영업시간 : 매일 오전 11시 ~ 오후 11시 (오후 10시 마지막 주문)
흑돼지 근고기 전문점 도민상회본점이다. 지금 시각은 월요일 오후 6시 10분이다. 그런데 만석이다. 아, 입구 쪽에 한자리 남아있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둘러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은 없고 대부분 현지 주민, 도민들이다. 주로 회식을 많이 하고 있더라. 신기한 광경이다.
메뉴판은 단출하다. 흑돼지 근고기 600g과 한라산 순한 거 한 병을 주문해 본다.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내가 전에 갔던 월정리 도민상회는 직영점이라고 한다. 당시 혼자서 600g에 김치찌개, 소주 3병, 맥주 1병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카운터 앞자리라 몸을 돌려 찍어본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 리뷰를 하면 제주 감귤 초콜릿을 준다? 나갈 때 꼭 해야지.
기본 반찬이 차려진다. 하나하나 알차 보인다.
불판 위에는 멜젓, 그리고 오른쪽 두 번째는 갈치속젓이다.
아기 배추를 잘게 썰어서 무쳐놓았다. 입맛 돋우기 좋다.
초딩입맛 졸업한 지 언젠데 나는 왜 아직 콘샐러드만 보면 자동으로 숟가락이 나가는 것인가?
파재래기도 방금 막 무쳐냈는지 신선하고 맛이 괜찮다.
상추와 고추 역시 신선하다. 딱 봐도 신선해 보인다.
숙성 흑돼지를 참숯 초벌 후 제주 보리볏짚에 다시 초벌하여 풍미를 더한다고 한다. 저분이 사장님인데 젊은 분인데 상당히 친절하고 애살이 넘치시더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산에 팔면 주력 소주를 이걸로 먹고 싶다. 그만큼 맛있는 소주 한라산 순한 17도. 한라산 21도짜리는 부산에서도 구하기 쉬운데 17도는 잘 안 보인다. 예전에 문현동 이마트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혹시 부산 대형마트에서 파는 거 보신 분 제보 바란다.
셀프 코너는 뚜껑이 다 닫혀있고 관리가 잘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문한 흑돼지 근고기 600g이 나왔다. 아, 군침이 돈다.
고기를 사장님이 직접 구워준다고 하신다. 내가 직접 구워 먹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혹시 고깃집 사장님이세요?' '사장은 아니고 고기를 사랑합니다' 티키타카가 이어진다.
처음 목살 부위만 올려주고 떠나겠다는 사장님, 오케이하고 지켜본다.
뒤집기까지 해주시네. 백김치를 올려본다.
남은 삼겹살의 맛도 궁금해진다.
지금부터는 내가 굽는다. 구워주는 고깃집을 가면 무조건 내가 굽는 이유가 2가지 있다. 첫 번째는 웬만한 직원들보다 내가 잘 굽기 때문이다. 알바하는 직원들이 성의 없게 구워주면 난감할 때가 좀 있다. 그런 경우를 많이 겪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굽게 되더라. 두 번째는 구워주는 곳은 한 번에 많이 굽기 때문에 먹는 속도가 안 맞아서 나중에 고기가 맛없게 굳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테이블 회전을 빨리 돌리기 위함이다. 나는 식사보다는 술 한잔하면서 고기를 천천히 먹기 때문에 구워주는 집은 나 같은 손님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고기와 술을 많이 팔아주니 결국 좋은 손님이 된다.
잘 차려진 한상
깻잎지 깨알같이 하나하나 떼놓은 거 보소. 덕분에 먹기 편하다.
본격 먹방 시작!
김치를 싸서 한입에 쏙~ 육즙이 후후~ 더 이상 맛 표현은 생략한다. 수많은 미사여구로 포장을 한들~ 직접 맛보는 것만 하겠나 싶다. 그 맛을 그대로 전달할 수도 없고.
쌈도 싸 먹어본다.
한 쌈에 소주 한잔 국룰.
또 한잔해본다. 속도가 빠른데?
좋아하는 깻잎에 한 쌈, 와사비가 킬포.
젓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불판 위에 있는 멜젓을 찍어 먹으니 너무 맛있다. 최근 먹어본 멜젓 중에 단연코 제일 맛있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멜젓을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고 한다. 정말 맛있다. 가끔 부산에 고깃집 가보면 멜젓이라고 나오는 속빈 강정 같은 시판 멜젓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갈치속젓도 맛보니 역시 맛이 있다. 젓갈 맛집인데 완전?
한참 먹다가 찍어본다. 여전히 만석이다. 밖에 대기팀도 있네.
본격 삼겹 타임! 집게 마스터 키드엠이 실력 발휘 한번 해야 하겠는데? 사장님이 걱정이 되는지 계속 멀찌감치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나의 예리한 직감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는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
모든 일이 그렇다. 계획도 중요하고 다짐도 중요하고 과정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할 말이 생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가 있다. 불판 앞에서 인생을 논하다니 참 우습다.
흑돼지 김치찌개 맛을 안 볼 수가 없다.
김치, 두부, 흑돼지 등이 들어가 있는데 매콤, 시원, 칼칼~ 김치찌개가 가져야 하는 삼박자를 고루 가지고 있다. 맛이 괜찮네.
고기도 꽤 많이 들어가 있다. 여러 부위가 보인다.
삼겹살을 구우면서 목살을 멜젓에 듬뿍 찍어 먹어 본다. 비리지 않고 깔끔하며 상당히 깊은 풍미를 내주니 손이 안 갈 수가 없다.
조금 작게 잘랐다. 나는 두 점씩 먹으면 되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삼겹살이 뭐 아주 그냥~ 맛있다.
원산지 표시판
멜젓에 땡초도 썰어 넣어 본다. 고기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니 아쉽다.
짜잔~ 아직 우리에게는 한 덩이의 고기가 남아있돼지! 육즙을 가두기 위해 가두리, 아니 열심히 구워본다.
지켜보던 사장님이 살짝 귀띔해 주고 유유히 사라진다. '와~ 고기 상당히 잘 구우시는데요? 최고입니다'
거의 다 먹어갈 시점인데 여전히 거의 만석이다. 인기가 참 많다. 희한한 게 우리가 들어왔을 때는 대부분 현지인이었고 나갈 때쯤 되니 대부분 여행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가 숙소에 짐을 좀 빨리 풀고 나온 부분이 있다.
한 병 더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숙소에서 먹을 생각에 3병까지 마무리한다. 너무 맛있다. 한라산 순한 거!
별로 먹은 거 같지 않은데 단가가 세다 보니 돈이 제법 나왔다.
영수증 리뷰하고 초콜릿도 받았다.
배가 불러서 소화를 시킬 겸 한림항 쪽을 걸어본다. 인적도 드물고 화물차들이 많은 곳이라 조금만 걷고 다시 숙소 쪽으로 돌아간다. 그냥 들어가기 아쉬우니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좀 사보려고 한다. 한림항 앞에 편의점이 2개가 있다. 세븐일레븐이 상당히 큰 규모이고 gs25는 그에 비해 아담한 가게이다. 우선 숙소 바로 맞은편, 가까운 세븐일레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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