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나는 삼겹살도 좋아하지만 돼지갈비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참 많이도 다녔다. 지금 기억나는 내 기억 속에 맛있었던 집을 대충 떠올려보면, 영도 목장원, 초량 은하갈비, 수정동 오륙도숯불갈비, 77숯불갈비, 88숯불갈비, 신창동 부산숯불갈비 정도가 생각난다. 목장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돼지갈빗집이다.
그렇다. 나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훨씬 더 좋아한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메뉴판의 가격이 돼지갈비 1인분에 4천 원 하던 시절인 것 같다. 물론 그전부터 갔겠지만 말이다. 어릴 때부터 가던 집은 지금도 대부분 성업 중이다. 아버지께서 맛집 찾아다니시는 것을 좋아해서 참 많이 다녔다. 오늘은 몇 번 포스팅했지만 여전히 소개하고 싶은 초량갈비골목의 신풍숯불갈비를 찾아가 보자.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로 17-10
문의전화 : 051-465-7892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1시, 둘째 주 화요일 휴무
솔직히 말해서 이 동네에서 돼지갈비는 초량돼지갈비 골목이 제일 낫다. 원도심에서는 여기랑 부평동 갈비골목, 수정동 갈비골목 정도가 낫더라. 최근 다양한 신상 갈빗집들을 경험해 보았지만 확실히 새로움이 전통을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초량갈비골목에 다양한 집들이 있다. 거의 다 가봤는데 어느 집을 가나 맛있다. 부산역 근처에서 돼지갈비를 어디서 먹을지 고민이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초량갈비골목으로 와서 먹기를 바란다. 적어도 실패할 일은 없다.
오늘 가볼 곳이다. 원래 아버지가 은하갈비 40년 단골이신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집을 다니시더라. 우연히 가족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내 입에도 맞아서 나도 이 집을 가게 된다.
문 오른쪽에 작은 팻말이 달려있다.
이 업소는 초량돼지갈비 상인회원 집입니다. 초량돼지갈비 상인회원들은 모두 국내산 암퇘지만을 취급합니다. 매월 2번째 화요일은 쉽니다.
참고하기 바란다.
이날 퇴근 시간에 가니 거의 만석이었다. 이런 일이 잘 없는데 놀랐다. 자리에 앉으면서 갈비 3인분과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사장님이 '삼촌 오래간만에 왔네~' 인사해 주신다.
먼저 도착해서 구우면서 소주 한잔해본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들 대부분은 5~60대이다. 젊은이는 우리 테이블뿐, 이 집에서 오래간만에 느끼는 시끌벅적함이다. 9월 초, 이때만 해도 아직 나는 백신을 1차도 맞지 않은 시점인데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기본으로 깔리는 반찬들은 간이 세지 않고 맛이 좋다.
글 쓰면서 군침 흘리는 이 기분 오래간만이다. 지금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갈비 먹고 싶어지는데 어쩔? 오늘도 집게 마스터의 입장으로 맛있게 잘 구워보겠다.
이쯤 됐을 때 함께한 이가 등장했다. 타이밍 보소~ 아주 하이에나 수준이요~
흡입하면서 소주도 한 잔하고 또 새로 구워준다.
직접 담은 겉절이 김치이다. 맛이 좋다. 양념 색깔만 봐도 맛이 보인다.
그리고 백김치도 상당히 맛있다. 이것 먹으러 오는 단골도 있단다.
된장찌개를 주문해 보았다. 팔팔 끓는 모습을 보니 숟가락을 얼른 담그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든다. 그리고 입천장이 까지고 후회하지.
옆 테이블이 빠지고 메뉴를 찍어보았다. 1인분에 9천 원이다. 고기는 모두 국내산이다. 간혹 돼지갈비를 수입산을 쓰는 집이 있는데 맛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저렴하면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손님에게 팔 때 국내산과 수입산을 같은 가격으로 파는 건 조금 아니지 않나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멕시코산, 칠레산 등 수입산 돼지고기가 국내산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단가 자체가 차이가 나는데 가격을 같이 하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그리고 요즘 식당에 가보면 간혹 원산지를 애매하게 써놓는 경우가 있다. 원산지 표시법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본다.
원산지 표시법
제6조 제1항 제1호
-원산지 표시 혼동 및 거짓 표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꽤 처벌 수위가 센 데 이 부분을 꽤 간과하고 있더라. 소비자는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먹을 권리가 있다. 내가 포스팅에 늘 원산지 표시판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3인분 흡입 후 추가로 2인분을 주문한다. 2명이면 5인분은 먹게 된다. 2인분의 양이 많아 보인다.
열심히 구워본다.
중간에 불판 정리도 한번 해준다. 이 집은 코팅이 좋은 불판을 사용한다. 양념 고기 불판 코팅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굽고 먹고 굽고 먹고 계속 반복
예전에 모 갈빗집 사장님에게 배운 비법을 실천 중이다. 살짝 구웠다가 양념에 고기를 적셔서 구우면 훨씬 더 맛있어진다.
대선 3병 알딸딸
둘이서 돼지갈비 5인분, 소주 3병, 된장찌개 하나 먹은 내돈내산 계산서이다. 동구 지역화폐 이바구페이로 결제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초량돼지갈비 상인회에 소속된 갈빗집들은 국내산 암퇘지 돼지갈비를 취급하며 중량을 속이는 등 장난을 치지 않는다. 몇십 년 동안 단골손님 늘 유지하면서 대부분 잘 영업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그런 변하지 않는 일관된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식당이나 오래 영업하는 집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눈앞의 나무만 보는 것보다 숲을 보는 자세, 그런 부분은 배울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부산역, 초량 일대에서 돼지갈비는 초량돼지갈비골목에서 맛보기를 추천한다. 그중에서 오늘 나의 선택은 신풍숯불갈비였고 상당히 만족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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