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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남포동 양곱창 맛집, 부평동 부산양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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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에서 양곱창이 생각날 때 이제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다.

저녁 약속이 잡혔다. 일행이 맛있는 음식을 사준다고 한다. 이럴 때는 진짜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퇴근 후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서 메뉴를 양곱창으로 정했다. '그래! 결심했어!' 아재들은 아실만한 멘트이다. 이휘재의 인생극장의 멘트다. 오늘은 생활밀착형 느낌으로 사투리, 다양한 드립을 글에 녹여볼 생각이다.


부산광역시 중구 부평2길 15

문의 : 051-246-6842

영업시간 : 평일 오후 2시 30분 ~ 오전 12시,

토, 일요일 오후 12시 ~ 오전 12시

부평동 주민센터 앞에서 일행을 만났다. 어디로 갈지 잠깐 이야기하다가 새로 오픈한 부산양곱창으로 가보기로 했다. 뭔가의 이끌림이다.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기에 대략 세 달 전쯤 오픈한 건 알고 있는데 궁금하더라. 맛집 블로그를 오래 하다 보면 촉이 있다. 이 집은 왠지 맛있어 보인다.

우리가 첫 손님이다. 양옆 주변의 다른 집은 손님이 많은데 왜 이 집은 조용할까? 흔히 남포동 양곱창 골목이라 부르는 부평동 족발골목 양곱창 거리에는 다양한 양곱창집이 많다. 물론 다 가봤다. 단골집도 있고. 왠지 이 집은 홍보가 안돼서 조용할 것 같더라. 전혀 고민하지 않고 앉아서 메뉴판을 바라본다.

소금구이, 양념, 전골 다 좋아한다. 하지만 늘 소금구이를 먹게 된다. 2차도 가야 되거든. 하지만 말했지. 오늘은 일행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단 말이야. 그럴 때는 호기롭게 주문하면 된다. '사장님~ 소금 소자요~' 나 잘했니?

사실 일행은 이미 혼밥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온 상황이다. 고로 양곱창은 오로지 내 차지가 될 수 있는 아주 행복한 상황이다. 10년 전쯤인가? 아주 재미있게 본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 놉! 키드엠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오늘이다. 양곱창 내꺼.

밖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반팔에 자켓을 입은 터라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밖에서 먹기에는 추운 날씨다. 물론 먹을 수는 있다. 대신 술이 쭉쭉 들어가겠지.

식당에 가면 쇼케이스를 살펴보는 편이다. 이 집은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다. 술병이 제대로 적재되어 있는지? 술 상표가 정면을 보게끔 잘 진열되어 있는지 말이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전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더라.

나는 원래 상당히 센서티브 한 사람이며 디테일을 절대 놓치지 않기 때문에 사소함을 정말 눈여겨본다. 그리고 그렇게 지켜본 바, 틀린 적이 거의 없다. 쇼케이스 진열, 식당 외부 유리창이 깨끗한지, 횟집이나 해산물집에 수조가 깨끗한지 등 체크하는 부분이 꽤 많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상대방의 차량에 타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들도 바로 보인다. 이 정도 캐치하는 분들 계실 것이다. 특히 맛집을 판단할 때 여러 가지 개인적으로 지켜보는 요소가 다들 있을 것이다. 세세하게 살펴보는 분들이 이웃분들 중에, 하지만알려줌님, 라붕님 정도 생각난다.

 

양곱창의 효능이다. 그래서 내가 양곱창을 좋아한다. 공감한다면 공감과 댓글 남겨주시기 바란다. 이웃분들 중에 양곱창 놓고 소주 마시고 싶은 분들 많다.

만들면서 덕을 쌓은 불판인지 아니면 오리가 만든 불판인지 아무튼 DUCK이라는 상표의 불판이 버너 위에 올라오고 무심한 듯 고구마 2조각이 12시, 6시에 자리 잡는다. 청하의 12시 노래가 생각나는 건 뭐지?

오늘 새로 방문한 식당에 왔는데 소주도 새로 나온 새로 한잔 먹어볼래? 응! 그래~ 오늘은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소주 새로로 달려보자. 물론 의자에 앉아서 말이다. 롯데주류 처음처럼 신제품인 새로다. 일단 병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이 집은 젊은 여 사장님이 주방에 메인을 잡으시고 젊은 이모님이 홀을 책임지시는데 와~ 입담이 상당히 재미있으시다. 나와 쿵짝이 너무 잘 맞으시는데? 아무튼 이모님과 티카타카하면서 불판의 먹거리들은 서서히 익어간다.

노란 호박고구마가 상당히 인상적이길래 여쭤보니 사장님 시골인, 강원도 홍천에서 직접 키운 고구마라고 한다. 충남 홍성인지 헷갈리네. 고구마가 정말 맛있더라. 나중에 몇 개 챙겨주시기로 했는데 깜빡하고 그냥 나왔다. 아쉽네.

통통한 대창을 보니 마음이 안정이 된다. 소창도 나오더라. 이 동네 양곱창집에서 소창 나오는 집이 드물다.

밑반찬은 이렇다. 배추 겉절이 맛있더라. 다 먹었다. 물고구마도 봉지 하나 얻어서 내가 가져가기로 했는데 까먹었다. 사실 어느 정도 먹다 보니 손님이 갑자기 몰렸다.

내가 평소에 손님을 좀 달고 다니는 편이긴 하다. 이모님도 바로 얘기하시네. 삼촌 덕분에 우리 식당에는 좋고 삼촌은 장사하면 안된데이~ 하신다. 맞다. 어릴 때부터 철학이나 사주팔자를 보면 늘 듣던 소리다. 내가 장사하면 남 돈 버는 좋은 일 시킨다고. 손님 끌고 싶은 사장님들 연락주이소.

양곱창을 찍어 먹는 소스인데 이게 상당히 별미이다. 사장님이 몇 날 며칠 연구에 매진한 결과 탄생한 소스라고 한다. 자꾸 찍어 먹게 되는 마성의 소스라고만 해두겠다.

이부근의 양곱창집들의 접시와 다른 점이 바로 눈에 보인다. 바로 다진 마늘이 눈에 띄게 적어 보인다는 점이다. 양곱창 소금구이를 주문했을 때 다진 마늘이 많이 올라오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잡내를 가리기에 다진 마늘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갑자기 떠오르는 모 돼지국밥집도 생각난다. 마늘이 밥숟가락 가득 이미 국밥에 들어가 있다. 그 집 고기를 맛보면 잡내가 올라오거든.

그런데 이 집은 마늘 사용을 자제하고 과일을 이용해서 숙성을 시켰다고 한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파인애플을 사용한다고 하시네. 지금의 모습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모님이 엄청 테스트에 동원되셨다고. 저를 부르시지 그러셨어요?라고 화답했다. 다들 빵 터지고.

이모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익어간다. 먼저 염통을 맛본다. 남자에게 특히나 좋은 정구지 팍팍 드이소~ 하면서 부추와 염통을 챙겨주시는 이모님 잘 먹을게요. 염통이 그냥 마 입에서 살살 녹아뿌네.

양도 올라가고 고구마도 커팅 되고 대망의 대창만 남았다. 염통으로 소주를 마시는데 왜 이리 맛있지? 새로운 집에서 마시는 새로 소주 맛이 괜찮은데?

소창은 내꺼. 내가 다 먹는다. 밤에 글을 쓰면 단점이 있다. 군침이 너무 돈다. 저녁을 적당하게 먹었는데도 너무 군침 돈다.

몸에 좋다고 부추를 더 가져다가 올려주신다. 정이 많으신 이모님이다. 그 와중에 고구마가 너무 맛있다. 고구마 맛집이라 해도 될 정도이다. 물론 양곱창도 엄청 맛있다.

모두가 바라던 대창 커팅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맛본다. 파인애플에 잘 재워놔서 그런지 이모님이 잘 구워주셔서 그런지 너무 맛있다. 특히 다른 곳에서 맛보면 양이 질긴 곳이 많은데 이 집은 상당히 부드럽다. 처음부터 중자를 주문할 걸 그랬나? 이미 저녁을 먹고 온 일행도 맛있다고 계속 먹고 암튼 맛이 있다.

고민하다가 돌판 모둠 양념도 주문하기로 했다. 맛있는 거 사준다고 먹고 싶은 거 다 주문하라는 일행 덕분이다. 사장님과 이모님이 양념도 정말 맛있다고 말씀하셔서 궁금해서 주문해 본다. 사실 이날 나는 아침을 간단하게 두유 하나 먹고 너무 바빠서 공복 상태였다. 흐름이 끊기면 안 되니 소금구이를 먹는 중간에 주문을 했고 옆 테이블에서 열심히 조리가 시작된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영상도 만들어봤다. 영수증 첨부는 안 하지만 분명히 내돈내산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맛있게 기분 좋게 맛보고 친절을 경험하고 나면 글을 잘 적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세상은 긍정적인 생각과 흐름 따라 물 흐르듯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살면 된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뭐든 꽁하게 꼬투리 잡고 그라믄 안 돼~.

 

그리고 우리 테이블 버너 위로 입성한 돌판 모둠 양념 소자이다. 소금구이는 이미 싹 비운 상태다. 와, 보글보글 끓는 양념을 보니 숟가락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양념을 맛보니 딱 내 스타일이다. 사실 이 동네 양곱창집이 많은데 양념이나 전골을 잘 먹지 않았던 이유가 너무 양념이 강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먹고 나면 다음날 화장실 변기와 친해지는 그 느낌 아실거다.

그런데 이집 양념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평소 msg 조미료와 아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나와 일행의 입에는 100점짜리 양념인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께 물어봤다. 양념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신다. 과일도 들어가고 조미료는 쓰지 않은 그 맛! 좋아하는 분들 많을 것이다. 물론 평소에 마시쪄(msg)에 길들여진 분들은 조금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입에는 너무 잘 맞다.

대창 한점에 소주 한잔 털어 넣고 오늘의 여유를 마저 즐겨본다. 소금구이도 맛있는데 돌판 모둠 양념이 상당히 맛이 괜찮다. 전골은 어떻냐고 여쭤보니 전골을 강력 추천하신다. 아, 이러면 곤란한데? 다음에는 전골 먹어봐야겠다.

새로운 식당에서 새로 나온 새로 소주를 맛보니 술술 들어가더라. 둘이 깔끔하게 3병만 마시고 끝냈다. 이 소주도 괜찮더라. 상세 리뷰를 위해서 마트에서 한 병 사 왔다.

오늘 처음 가본 부평동 족발골목의 양곱창 거리에 있는 신상 맛집, 부산양곱창은 참 기분 좋은 식사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음식에 대한 연구, 열정, 좋은 재료, 친절한 사장님과 이모님 그리고 함께한 일행과의 즐거운 대화 등 뭐하나 빠지는 것 없다.

내가 먼저 사장님께 약속하고 나왔다. '사장님 이번 주 안에 글 하나 올리겠습니다. 지켜봐주이소~' 주위에 2~30년 된 양곱창집들이 많지만 나는 앞으로 이 집에 갈 생각이다. 양곱창에 기분 좋게 소주 한잔하고 싶은 분들 이집 추천한다.

이집 한번 맛보면 단골 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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