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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초량 맛집 경북산꼼장어 (부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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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에는 오래된 맛집이 많습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묵묵히 영업하고 있는 집도 있고 물갈이 되듯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집도 많습니다. 저 역시 초량에서 30년 넘게 살았기 때문에 맛집이라고 부르는 집은 거의 다 가봤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서 이곳저곳 맛있는 집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맛집 블로거 활동을 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가끔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하네요.

서론이 길었네요. 오늘 가볼 곳은 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같이 갔던 기억이 선명한 오래된 노포입니다. 초량 육거리에서 초량천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있는 경북산꼼장어라는 곳입니다. 196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이니 업력이 60년이 다 되어가네요. 한번 가보시죠.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로 25

문의 : 051-441-9292

영업시간 : 오후 1시 ~ 익일 오전 2시

휴무 : 매월 2, 4번째 일요일 휴무

휠체어 여부 :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입장 가능

가게 전경을 찍어봅니다. 입구 왼쪽에 2대 사장님이 꼼장어 손질 중이시네요. 아, 꼼장어는 표준어가 아닌데 부산에서는 꼼장어로 통하니 본 글에서는 꼼장어로 통칭하겠습니다. 간판도 산뜻하게 바뀌고 내부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걸맞게 배달 주문도 가능하네요.

현재 58년 째이지만 1대 사장님이 노점에서 영업하신 부분까지 포함하면 이미 60년을 넘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이곳은 3대째 이어지는 노포 맛집입니다. 참 멋진 모습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릴 때 기억을 잠깐 가지고 와보면 약 30년 전쯤에는 이 길에 저 아래까지 꼼장어집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육거리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서 왼쪽으로 돌면 큰 공터가 있었는데 서커스단이 공연을 하곤 했었죠. 초량육거리 서커스단 공연을 기억하는 분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보시다시피 수조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요. 전부 국내산 산꼼장어입니다. 꼼장어를 참 오래간만에 맛보는데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기대를 좀 해볼까요?

사장님이 산꼼장어 손질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 보았습니다. 징그러운 것을 싫어한다면 재생 버튼은 누르지 말기를 바랍니다.

평일 오후 6시 30분쯤의 모습입니다. 앉아서 먹고 있으니 금세 만석이 되었네요. 실내는 예전에 내가 왔을 때랑 많이 달라졌습니다. 리모델링을 해서 훨씬 깔끔하고 산뜻한 인상을 줍니다. 거기다가 2대 어머니 사장님, 3대 아들 사장님 두 분 다 상당히 친절하십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식당은 친절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집은 일단 친절과 위생이 깨끗해 보여서 음식을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네요.

입구 바로 오른쪽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작은 세면대가 놓여있습니다.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도구가 딱 필요한 곳에 놓여있으니 그 센스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화장실은 가게 옆 외부에 있으니 사장님께 안내를 받으면 됩니다.

얼마 전에 배우 이순재와 박정수가 다녀갔네요. 앞으로 더 많은 연예인들이 찾아와서 한쪽 벽면이 그들의 사인으로 가득 차기를 기대해 봐도 될까요? 왜냐하면 곧 초량천이 정식 개통하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빌 것을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식사 중에 들어오는 손님들의 대화를 들으니 여행객으로 보이는 손님이 몇 테이블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찍어보았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손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지인과의 술자리에 왔는데 제가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이미 주문은 해놓으셨네요.

입구 주방 쪽에 붙어있는 1, 2, 3대의 사진입니다. 대를 이어서 가게의 명맥을 유지하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이 집에 왔을 때 1대 사장님이 분명히 젊으셨는데 현재 구순이 넘으셨답니다. 꼼장어의 효능도 하나하나 읽어봅니다. 원기회복, 면역기능 강화, 피부미용, 혈관건강 등 참 몸에 좋네요.

부산 mbc 방송에도 나왔나 봅니다.

테이블에는 가스버너와 불판이 놓여있습니다. 요즘 캠핑하는 분들에게 유행인 그리들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불판에서 오랜 세월이 묻어납니다.

기본 반찬이 차려졌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시죠.

시원한 콩나물국입니다. 콩나물에는 비타민C와 아스파라긴산이 있어서 알코올 분해 효과가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콩나물국이 기본으로 나오는 집을 좋아합니다.

꼼장어묵입니다. 생소한 분들 많으실 거예요. 말 그대로 꼼장어로 묵을 만든 건데 별미입니다. 쫀득쫀득하면서 소주 한잔하기 딱 좋습니다.

갯고동, 메추리알, 번데기가 올라와 있네요. 정말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번데기는 좋아해서 가끔씩 마트에서 통조림을 사다가 뚝배기에 부어서 땡초 팍팍 썰어 넣고 끓여서 홈술 안주로 애용합니다. 그렇게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고추, 양파, 마늘도 신선합니다. 마늘이 조금 매워서 마늘 먹는 맛이 났습니다.

본 안주가 나오기 전에 당근 하나 들고 소주 한잔 다들 해보셨죠?

상추와 깻잎입니다. 개인적으로 꼼장어는 깻잎에 싸 먹으면 상당히 맛있더군요.

소금구이를 찍어 먹을 참기름장입니다.

먼저 도착한 지인분이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로 골고루 주문해 놓으셨네요. 이제 먹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잘 차려진 한상입니다. 사실 반찬들은 거들 뿐 꼼장어만 있으면 됩니다.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사진을 좀 찍어봅니다. 가게 밖에서 연탄 불로 사장님이 직접 굽고 볶아 주셔서 바로 먹어도 된다고 하시네요.

흡사 피자 같습니다. 비주얼이 정말 좋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팍팍 돕니다. 물이라도 한잔 가져와야겠습니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당신의 선택은?

저는 이제껏 양념구이 위주로 먹었습니다. 거의 5년 만에 소금구이를 맛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소금구이에 손이 계속 갑니다.

참기름 푹 찍어서 한입 하기 전에 한 컷 찍어봅니다. 불 맛이 제대로 살아있네요.

조금 먹다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서 또 한 번 찍어보았습니다. 꼼장어는 참 희한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음식이 나왔을 때는 와~ 이거 언제 다 먹지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막상 먹다 보면 와~ 언제 이렇게 많이 먹었지? 이렇게 된답니다. 꼼장어 좋아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깻잎 한 장에 꼼장어 한 점, 구운 마늘, 구운 양파까지 올려줍니다. 한 입하면 꿀맛이라는 감탄사가 안 나올 수 없습니다. 소주 한 잔 들이켜면 말 그대로 최고의 안주가 되는 셈이죠.

양념도 빠질 수 없습니다. 불판 위에 양념을 듬뿍 묻혀서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컷 찍어봅니다. 상당히 맛있습니다. 꼼장어는 맛에 대한 표현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그냥 맛있습니다.

꼬리도 맛봅니다. 다행히 꼬리가 많아서 싸울 일은 없네요. 지인들도 골고루 맛봅니다. 꼼장어 중에서도 이 꼬리 부위가 몸에 가장 좋다네요? 뭐 그렇답니다. 몸에 좋다면 일단 먹어봅니다.

다 같이 한잔해봅니다.

별미인 꼼장어묵도 초장에 찍어서 한입에 맛봅니다. 맛이 있네요.

불 맛 가득한 소금구이 한점과 깻잎 재등장합니다. 구운 마늘도 넣고 생마늘도 쌈장에 찍어서 올려봅니다. 한 점 크기가 커서 너무 좋습니다.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함께한 지인분이 계산을 하셔서 영수증을 찍지를 못했네요. 60년 3대째! 이 문구가 너무 인상적입니다. 수없이 변화하는 시절 속에서 한자리에서 60년을 3대째 이어간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속성에 박수를 안 드릴 수가 없네요.

부산에는 바다의 도시답게 꼼장어를 잘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초량육거리 꼼장어 골목은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았던 곳입니다. 이제는 경북산꼼장어를 비롯해서 총 두 집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쉽습니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었고 초량천 개통, 초량 이바구길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동네라서 앞으로의 인기는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평일 만석으로 손님이 가득 차있는 모습을 보니 일단 안심은 되네요. 앞으로 자주 와야겠습니다. 올 때마다 꼬마 시절의 제 모습을 추억할 수 있는 건 덤이겠지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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