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요즘 블로그에서 자주 보이는 라멘 체인점이 있다. 해운대가 본점인 류센소라는 곳이다. 다대포와 명지에 체인점이 생겼다고 들었다. 그래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나마 가까운 다대포점으로 출발해 본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윤공단로 123
문의 : 051-265-8857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 ~ 오후 9시, 코로나19로 유동적이니 문의 바람
월요일 휴무
집에서 출발해서 40분 걸렸다. 식당이 아파트 상가에 있어서 주차는 가게 오른쪽에 있는 상가 주차장에 하면 된다. 들어가기 전에 입구부터 한 컷 찍어본다. 류센소 龍泉壯 용천장이다.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용이 사는 곳이라는 뜻의 해운대 본점 사장님이 일본에서 일했던 가게 이름이란다.
영업시간이 붙어있다.
실내는 천장이 높고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테리어다. 손님이 나가고 찍은 사진이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주방도 깔끔한 모습이다.
메뉴판을 찍어보았다. 라멘은 돈코츠, 매운 돈코츠, 소유라멘 이렇게 3가지이다. 계절 메뉴로 10월부터 4월까지 굴라멘과 굴튀김을 취급한다. 사이드 메뉴로 카라아게가 있고 차슈, 맛계란, 면추가, 공기밥 등이 가능하다.
원산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염도가 높다면 육수를 요청하면 되고 면은 단단한 면으로 나온단다. 카타면의 익힘이겠다. 면 삶기 조절이 가능하니 미리 요청하면 된다.
머리가 긴 여성을 위해 머리끈이 구비되어 있다. 요즘 라멘집에서 유행처럼 볼 수 있는 센스이다. 식사 전 꼭 읽어봐야 한다. 짜다고 느끼면 육수 요청하면 되고 시치미와 후추는 기호에 맞게 넣어먹으면 되고 반찬은 초생강과 갓절임이 있는데 새 젓가락으로 종지에 덜어먹으면 된다. 앞서 말했듯이 면의 퍼진 식감을 원하면 주문 시 미리 말하면 된다.
기본으로 놓여있는 반찬과 접시 등
초생강과 갓절임이 담아져 있는데 덜어먹을 때 꼭 새 젓가락으로 덜어먹기를 바란다.
접시에 먹기 좋게 담았다.
주문을 넣으니 사장님이 바로 조리를 시작하신다.
가게에 걸려있는 류센소 상호
함께한 이가 주문한 류센소 카라 즉, 매운 돈코츠 라멘이다. 국물의 색깔이 빨갛다.
왼쪽이 내가 주문한 류센소, 오른쪽이 류센소 카라이다. 매운 돈코츠 국물을 한번 맛보니 맛이 있긴 한데 역시 그냥 돈코츠가 내 취향이다.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보니 비주얼이 꽤 좋다. 비주얼 상으로는 라멘 간판을 달고 허투루하는 맛없는 그런 라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맛이 기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라멘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집이 상당히 많은데 맛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집 라멘은 한국식으로 해석한 집이 있고 또 어떤 집은 오롯이 일본 스타일로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집은 라멘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아쉽다. '라면'집이 맞겠지. 이 집은 라면집일지 라멘집일지 궁금하다.
육수를 미리 끓여서 큰 솥에 담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국자로 퍼서 작은 냄비에 옮겨 담아서 끓여서 제공하는 듯 보인다. 대파 고명 아래로 보이는 기름 뜨는 육수는 향이 좋아서 먼저 후각을 자극한다. 그리고 미각에 궁금증을 안겨준다. 일단 궁금증은 조금 더 가지고 가자.
곱게 잘 갈아놓은 다진 마늘
잘게 썰어놓은 목이버섯채 키쿠라게
주문과 함께 토치로 살짝 만져서 불향이 막 입혀져 있는 삼겹살 차슈
맛계란 아지타마고
돈코츠 국물 돼지 뼈를 끓인 육수이다. 이 집의 라멘 국물은 내 입맛 기준 염도가 조금 낮은 편이다. 내 입맛 기준이라기보다는 일본 현지의 라멘 맛을 잘 재현하는 부산의 다른 집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염도가 낮다고 표현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인기가 많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좀 더 짰으면 하는데 그래도 먹을만하다. 내가 추구하는 염도의 +- 기준치 안에 들어가는 맛이라 나 역시 맛있게 먹게 되더라.
면은 내가 좋아하는 꼬들꼬들한 면이다. 카타면. 이런 면으로 나오는 라멘집이 참 드물다. 카타면으로 제대로 나오는 곳이 나가하마만게츠, 사사야키 정도가 생각난다. 다른 곳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퍼진 면이 나온다. 왜 그럴까? 생면이냐 건면이냐에 따라 달라지고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라멘집이라고 간판을 달고 영업하지만 내 기준으로 지극히 라면집으로 평가되는 그런 곳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즉, 대중이 원하는 일반적인 식감에 포커스를 맞추고 영업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라멘집에서 퍼진 면이 대중적이라는 것 자체가 라멘집이라 부르기에는 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항상 이런 얘기에는 퓨전이라서 현지화된 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이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며 나 역시 최대한 이해하자는 주의이다. 하지만 라멘이라는 음식을 일본에서 맛보는 현지 맛 그대로 부산에서 맛보고 싶은 마음 자체가 큰 욕심인가? 한 번씩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일본에서 가까운 부산보다 오히려 거리가 먼 서울에는 현지식으로 제대로 요리하는 라멘집이 참 많다.
목이버섯을 곁들여서 한 입 해본다. 맛이 괜찮다.
차슈의 한쪽 겉면은 토치 작업으로 인해 불향이 나는 편이고
다른 쪽은 매끈한 상태이다. 먹어보니 부드럽다. 질기고 텁텁한 것이 전혀 없다. 잘 삶아놨다. 이왕 토치질을 한다면 양쪽 다 꼼꼼히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차슈 인심은 좋은 편이다. 두께가 0.5cm 정도로 두껍다.
맛계란은 나가하마만게츠나 사사야키의 맛계란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맛계란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
큰 기대를 안 하고 왔는데 생각 외로 맛이 괜찮아서 흡입 중이다.
면을 순삭하고 나니 옆에서 한 젓가락 덜어준다. 감사.
깔끔하게 다 비웠다. 기대를 하고 오지 않아서 그런지 막상 맛을 보니 꽤 괜찮아서 깔끔하게 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명함
내돈내산 영수증
부산에는 유독 라멘을 잘하는 곳이 드물다. 일본, 특히 후쿠오카와 가까운데 왜 하카타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돈코츠라멘을 잘하는 곳이 이리 드물까? 물로 마제 소바나 소유라멘 등 다른 장르를 잘하는 곳은 해운대, 전포동 쪽에 몇 군데 있긴 한데 돈코츠라멘 맛집은 참 찾기 힘들다. 내 입맛에 괜찮았던 곳이 해운대 나가하마만게츠, 물금 사사야키 정도이다. 블로거들이 극찬을 하던 부산대 앞에서 유명한 우마이도 역시 별로더라. 오죽하면 몇 년 전에 먹고 와서 포스팅도 안 했다.
위 사진은 10여 년 전쯤인가 후쿠오카 캐널시티 5층 라멘 백화점에서 1등 한 집이었나 암튼 오래 줄을 서서 먹었던 맛집의 라멘이다.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국물의 색깔만 봐도 돼지국밥의 사골 육수와 상당히 닮아있다. 이날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라멘만 4그릇 정도 먹었지 싶다. 나는 다양한 라멘 중에서 유독 돈코츠라멘을 좋아한다. 돼지사골로 우려낸 육수라는 점이 부산의 대표 음식 돼지국밥의 그 국물과 상당히 유사해서 더 친근한 감이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오늘 찾아가 본 류센소는 아주 만족은 아니지만 꽤 먹을만했다. 명지점의 후기는 참 별로던데 의외로 다대포점은 맛이 괜찮았다. 해운대 류센소 본점에서 돈코츠라멘을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하는지 아직 맛보지 못해서 상당히 궁금한데 본점의 레시피를 가져와서 영업하는 체인점의 맛이 이 정도라고 봤을 때 본점 역시 괜찮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현지의 인상적인 돈코츠라멘을 기대하는 것은 내 욕심일지 모른다. 류센소의 돈코츠라멘은 일본 현지의 맛과 전형적인 한국식으로 개량된 맛의 중간 어디쯤인 것 같다. 물론 둘 중에서는 현지 쪽으로 조금 기운다. 면삶기나 국물 염도는 아마 우리나라 현지 시장에 맞게 어느정도 개량된 것이 느껴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딱 이 정도만 유지해 주면 자주 방문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해운대나 물금에 가서 매번 먹고 싶지만 그나마 다대포가 가까운 편이라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어느정도 수준을 보여주는 집이 있다면 당연히 그곳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지 라멘이 그리운 사람과 한국식 라멘이 익숙해진 사람, 그 둘이서 함께 이 집을 가보면 어떤 평가가 나올지 궁금해지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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