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오늘 소개할 곳은 15년 전쯤 괴정에 사는 친구와 친하게 지낼 때 한번 가본 적이 있는 국밥집이다. 괴정시장의 순덕이국밥이라는 곳이다. 이웃 감래킹님이 단골이시고 포스팅으로 소개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한번 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벼르다가 드디어 가보았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사하로 202-4 (괴정동)
문의 : 010-5715-8550
영업시간 : 오후 1시 ~ 오후 11시, 코로나19로 유동적
현재의 주상복합이 생기기 전에 가봤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지하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돌아보니 어렴풋이 난다.
평일 오후 시간이 마침 나서 여유 있게 나서 본다. 이 집은 오후 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점심 장사보다는 저녁 손님 위주로 받는 식당이라고 보면 된다.
골목으로 내려오면 뉴호방나이트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1층에 식당이 몇 군데 보인다. 한창 나이트가 인기 있던 시절, 길 건너 메리트 나이트클럽이 2~30대를 위한 곳이었다면 뉴호방은 4~50대에게 인기가 많던 곳이었다. 메리트 자리는 아파트가 생겼고 뉴호방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당시 새벽 시간에 부근에 포장마차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순덕이국밥입구는 건물 왼쪽이다.
뉴호방과 콜라보로 빨간 간판을 걸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골목 같은 건물 입구? 처마 밑을 걸어들어가면 바로 국밥집이 보인다.
궁금하다. 어떤 맛을 보여줄지 말이다. 십수 년 만에 맛보는 그 맛은 어떨까?
내가 방문한 시간이 2시 45분쯤이었는데 호탕한 성격의 여 사장님이 한창 돼지머리를 손질하고 계신다. 돼지머리를 징그러워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모자이크를 처리하였다. 매일 아침 김해 주촌에서 직접 공수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손질을 하고 고기를 잘라내고 잡내를 잡는 등의 과정을 반복하니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6,000원이다. 돼지머리, 김치, 채소 등은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다.
국물을 데우는 중이다.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며 호탕하시다. 점심 장사를 하지 않고 저녁에 수육에 소주 한잔하는 술손님 위주로 영업한다고 귀띔해 주신다. 감래킹님 소개로 왔다고 하니 아주 반가워하신다.
아직은 더운 한여름의 끝자락 8월 말이라 에어컨이 없는 실내에서 식사는 어려울 듯 싶어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건물 골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바람이 시원하다. 친한 단골손님의 소개를 받고 온 손님이라고 기어이 수육 한 접시를 서비스로 내주신다. 기분이 좋구먼.
이 집의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 수육의 고기 등 모든 고기는 돼지머리에서 추려낸 고기로 구성된다. 그래서 머릿고기를 못 먹는 이들에게는 아쉽지만 추천하기는 어렵겠다. 아니다. 이참에 머릿고기 입문 한번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먹어보면 상당히 맛있는데 이 부위의 맛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돼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파, 마늘, 고추 상태 좋고
국밥에 빠질 수 없는 쌈장과 새우젓
사장님이 직접 담은 김치이다. 김치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딱 보면 감이 올 것이다. 뭐 우리나라 사람 중에 김치를 모르는 사람도 있겠나 싶지만. 김치가 상당히 맛이 괜찮다. 자고로 돼지국밥에는 이런 핸드메이드 국내산 김치가 어울리는데 어느샌가부터 중국산 김치가 판을 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돼지국밥 7~8천 원씩 받으면서 중국산 김치에 수입산 돼지고기 쓰면 손님들한테 미안하지 않을까? 나 같으면 양심에 가책을 느낄 것 같은데 말이다. 전부 국내산 재료를 쓰고 한 그릇에 6천 원 밖에 하지 않는 순덕이국밥 같은 식당을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얄부리하게 잘 썰어놓은 수육이다.
두께는 얇은 편이다.
손질에 상당한 정성이 들어간 이런 머릿고기 수육을 맛보는 행운을 가지다니 먹기 전부터 아주 기분이 좋다. 식감은 부드럽고 쫄깃하고 입안에서 기분 좋게 돌아다닌다. 예상과 달리 잡내가 하나도 없다. 돼지머리 손질을 하면서 잡내를 잡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그 부분에 대한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매치가 되는 순간이다. 잡내가 없고 오히려 구수하다. 소주 한 병 주문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다음 스케줄만 아니었다면 소주 한잔했을 것 같다.
수육의 맛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돼지국밥이 나왔다. 맛있게 한번 먹어보자.
생부추가 올라가고 대파와 고추, 그리고 양념 다대기가 눈에 들어온다.
국물은 상당히 맑다. 맛을 보니 상당히 깔끔하다. 사골 육수로 낸 깔끔하면서 담백한 육수이다. 머릿고기가 들어가는 돼지국밥이라 머릿고기 육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직접 물어보니 사골 육수 국물이라고 귀띔해 주신다.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 보수동의 김광자돼지국밥의 국물과 비슷하다. 상당히 깔끔하다.
부추를 걷어보니 다대기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쌈장도 보인다. 부산 돼지국밥에 쌈장 양념이 들어가는 곳이 꽤 있다.
고기 보소! 머릿고기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는 아주 기분 좋은 비주얼이다.
고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열심히 맛보자. 머릿고기를 좋아한다면 이 집 아주 강력 추천이다. 볼살, 귀때기살, 턱살, 덜미살 등 다양한 머릿고기의 향연을 즐길 수가 있는 그런 국밥이다. 야성미가 마~ 제대로 느껴지는 이것이 바로 부산의 국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국밥이다.
한 숟가락 맛볼 때마다 이마에 땀방울은 줄줄 흐르는데 희한하게 몸은 시원해진다. 그리고 기분이 맑아진다.
그리고 이 집 국밥의 특장점은 바로 국밥이 아주 매우 뜨겁다는 점이다. 다른 식당에서 맛보다 보면 토렴을 한답시고 국물이 미지근한 수준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주 싫다. 최근 초량 우리돼지국밥에서 맛보았던 미지근한 국물은 너무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 여름이라 무슨 썸머 스페셜 이벤트로 미지근한 국물을 내주는 게 이벤트였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토렴을 하더라도 뜨끈하게 나오는 국밥이 많다.
그렇게 먹고 또 먹는데 아직도 뚝배기에 고기가 한가득이다. 양이 진짜 너무 많다. 좋다.
다 먹었다. 아무리 양이 많아도 이런 맛있는 돼지국밥은 남긴다는 것은 뚝배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고추는 너무 땡초라서 부득이하게 남긴 점 양해 바란다. 최근에 매번 뭔가 임팩트가 약한 국밥들만 먹다가 오래간만에 맛있는 돼지국밥을 맛보았다. 몸보신한 느낌이다. 손수건이 없었으면 땀으로 흠뻑 젖을 뻔 했다.
국내산 재료에 정성, 그리고 친절이 조합된 맛있는 한 끼는 역시 만족스럽다. 이런 식당이 흥해야 한다. 사장님이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시더라. 음식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떳떳한 마음으로 가득 담은 정성으로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복받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수육에 소주 한잔하고 싶다. 이 집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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