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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사상 현지인 맛집, 꼬리집 밀양꼬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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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돼지꼬리는 어쩌면 조금은 생소한 메뉴일 수도 있다. 일단 본 블로거 주변에는 이 메뉴를 즐기는 사람이 잘 없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을 좋아하는 일행과 함께 사상역으로 향한다.


부산광역시 사상구 광장로 107

문의 : 051-317-0056

영업시간 : 08시 ~ 22시

휴무 : 매월 2, 4주 월요일

코레일 사상역 버스정류장에 하차하면 바로 앞에 보이는 밀양꼬리전문, 네이버에는 밀양꼬리식당으로 등록되어 있는 곳이다. 초 저녁인데 차들이 이미 많다. 손님이 많다는 얘기이다.

식당 앞마당이 꽤 넓어서 주차하기 편하다. 이 식당은 원래 조금 아래의 골목에 있었는데 현 위치로 옮겼다. 옮기기 전은 노포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지만 환기도 잘 안되고 좁아서 냄새가 옷에 다 배고 아무튼 좀 그랬는데 개인적으로는 옮긴 곳이 넓고 쾌적해서 훨씬 마음에 든다.

2, 4주 월요일 휴무

원형 테이블, 일명 도라무깡 테이블이 군데군데 놓여있고 특이하게 혼술 하는 손님이 많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귀가 전 힘듦을 소주 한 잔에 털어버리려는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덩달아 어깨가 무거워진다. 참고로 본 블로거는 1인 가구 미혼남이다.

민들레즙도 팔고 노가리도 팔고 겨울에는 칡즙도 판다. 칡즙 맛본 분 있으시려나? 예전에 우리 동네 공원 가는 길에 포터 한대 대놓고 칡즙 짜서 파는 노상 찻집이 있어서 자주 사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이날은 노가리를 먹지 않았는데 3마리 5,000원짜리 노가리는 가성비가 상당히 좋다. 손바닥만 한 커다란 노가리를 직접 구워 먹는데 상당히 맛있다. 맥줏집에서 나오는 손가락보다 조금 굵은 노가리와는 비교 불가리스이다.

메뉴판이다. 처음 방문한다면 호기롭게 돼지비계 1인분, 돼지꼬리 1인분 이렇게 주문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단골들은 옆에서 웃는다. 물론 주문받으시는 사장님도 일단 1인분만 주문하라고 적극 권장하신다.

단골로서 팁을 드린다면 비계, 꼬리 반반 섞어서 하나 (15,000원) 해달라고 하면 된다. 먹다가 모자라면 추가하면 된다. 두 명 기준 일단 하나만 시키면 된다.

원산지는 조금 흐린데 전부 국내산이다. 김치는 못 봤네.

야외에 테이블을 잡았다. 9월 초였나?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그쳤는데 너무 습한 날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너무 덥더라. 1월 중순이 지나서야 포스팅하는 것도 웃긴데 지금 당장 꼬리에 소주 한잔하러 가고 싶은 생각이 목욕탕 굴뚝같이 드는 건 뭐지? 물론 혼술 말이다.

연탄이 2장 들어가는 불판이다. 비계와 꼬리는 초벌로 삶아 나오기 때문에 조금만 익혀서 먹으면 된다. 직원분들은 친절하다.

담장에는 팬더, 은하철도 999, 둘리 등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어릴 때 보면서 자랐던 만화라 참 반갑다. 특히 둘리는 요즘으로 치면 짱구, 포켓몬 정도급이려나?

큰비는 그치고 아주 약하게 보슬비가 내리던 날이라 접이식 어닝이 열 일 하고 있다. 실내 테이블도 괜찮지만 마당에서 맛보는 게 분위기가 더 좋다.

맛집에 진심인 미식가 지인과 함께 소주 한 잔씩 채우고 굽기 전에 한 컷. 상추, 깻잎 쌈, 쌈장, 마늘, 양파, 고추가 끝이다. 하지만 맛보면 이걸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바로 들게 된다.

1인분 15,000원의 양이다. 상당히 많다. 가성비로는 이집 따라올 집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꼬리, 비계가 저렴하기도 하지만 요즘 시내에 생기는 특수부위 전문점에서는 꼬리를 왜 그리 비싸게 받는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집게 마스터답게 본 블로거가 집게를 잡고 구워본다. 불판 위에 비계와 꼬리를 나란히 올려본다. 보통 사상 꼬리집하면 다들 아는 터미널 뒤에 있는 그 꼬리집에서는 꼬리를 껍데기 마냥 길게 썰어서 제공하는데 여기는 꼬리를 있는 그대로 가로로 썰어준다. 개인적으로 이집 식감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사상꼬리집은 sns에 많이 알려지고 난 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집이라면, 오늘 소개하는 밀양꼬리식당은 찐 단골, 현지인, 아재들이 주 고객이라는 생각이 늘 든다. 이날도 우리가 가장 젊은 손님이더라.

방문했던 때가 상추, 깻잎이 귀하던 시기였는데 아낌없이 준다. 직접 텃밭에서 키우시는 듯.

쌈장이 약간 묽은 편인데 꼬리와 비계를 찍어 먹으면 희한하게 조합이 좋다. 계속 찍어 먹게 되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자칫 느끼하고 기름질 수도 있으니 마늘, 양파, 고추와 함께 곁들이면 느끼함이 중화될 것이다.

노릇노릇 잘 구워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자꾸 젓가락이 간다. 참아야 한다. 물론 지금 먹어도 된다.

연탄불 위에서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꼬리와 비계를 보면서 오늘 하루의 노고를 확 날려버릴 수 있는 무기가 됨을 직감한다.

예의상 상추와 깻잎 한 쌈 싸서 고기를 올리고 맛본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고소함, 쫀득함, 그리고 안도감. 돼지꼬리는 쉽게 표현하면 족발을 맛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인들 꼬리 입문 시키면서 늘 이 레파토리로 꼬셨지.

불판이 비는 꼴을 보지 못하는 집게 마스터인 본 블로거는 뜨거운 연탄의 열기에 맞서서 열심히 집게질을 하다가 한 컷 찍어본다.

순식간에 한 접시를 다 비웠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같은 속도였다고 한다. 일행과 대화 없이 말 그대로 먹는 것에 집중을 했다.

소주 2병 깔끔하게 비우고 자리를 파하고 일어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3~4병은 마시면서 꼬리, 비계 2판, 노가리까지 맛볼 계획이었으나 비온 뒤 땅이 굳는다. 아니, 비온 뒤 너무 습하고 더워서 땀이 많은 우리는 도저히 습한 더위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서 백기를 들고 일어섰다.

폭풍 흡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장님 왈, "삼촌들 몇 접시 더 자실 거 같은데 와 그만 드이소?"라고 물음을 던지시고, 일행과 본 블로거는 동시에 답한다. "너무 습하고 더워가 땀이 줄줄 흘러서 좀 시원할 때 다시 오께예!"

사상 번화가로 내려가면서 옛 밀양꼬리집 식당 자리 앞에서 조용히 사진 한 장을 찍어본다. 이 시절 연기 자욱한 실내에서 옷에 냄새 배어가면서 맛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렀다.

조만간 날씨가 조금 풀리면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다. 꼬리와 비계의 그 쫀득하고 맛있는 식감, 소주와 참 잘 어울리는 그 맛이 너무나도 생각나는 설 연휴 첫째 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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