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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부산역 돼지갈비 맛집, 은하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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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처음 맛본 은하갈비, 그 맛은 여전하다.

어릴 때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부산으로 발령받은 아버지 회사가 부산역 근처였기에 자연스레 이 동네에 정착하게 된다. 1987년도였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맛있는 음식을 찾으러 이곳저곳 다니셨던 걸로 기억이 난다.

1987년 나는 아직 미술학원을 다니던 미취학 아동이었지만 부모님을 따라 맛집을 참 많이 다녔다. 내 기억 속에 처음으로 맛보았던 돼지갈비가 아마 오늘 소개할 초량 은하갈비였다. 그리고 부산진역 오륙도 숯불갈비, 77숯불돼지갈비, 88숯불돼지갈비도 참 자주 갔던 기억이다. 가끔씩 영도 목장원에 갔었고.

어렴풋이 기억을 해보면 어린 시절 돼지갈비는 말 그대로 서민 음식이었던 것 같다. 평범한 중산층이었던 우리집이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외식을 했던 메뉴니까. 오늘은 그 추억을 생각하며 부산역 돼지갈비 맛집으로 유명한 초량 은하갈비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려고 한다.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중로 86

문의 : 051-467-4303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1시

휴무 : 매월 2번째 주 화요일

주차 : 가게 앞 1~2대 가능, 근처 주차장 이용

화장실 : 식당 밖 건물 1층에 있음

솔직히 이 집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정말 많다. 왜냐하면 36년째 단골이기 때문이다. 아마 나보다 이 집을 자주 가본 손님은 많이 없지 싶다. 그래서 이 글은 한두 번 맛보고 포스팅하는 글이 아닌 36년 동안 다녔던 찐 단골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초량 돼지갈비 골목에는 맛집이 정말 많다. 대부분 맛있다고 봐도 된다. 예전에는 이 도로 양쪽으로 갈빗집이 많았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없어진 게 이 정도이다.

돼지갈비 골목이 생기게 된 것에 여러 가지 썰이 있는데 그중에서 부두 항만 노동자들이 퇴근길에 작은 목욕탕 의자 하나 놔두고 앉아서 혹은 서서 돼지고기 몇 점에 소주 한잔 걸치던 게 시작이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예전에 다들 처음에는 난전에 연탄하고 석쇠 하나 놔두고 시작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제법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창업자분들은 거의 다 은퇴하셨지만.

지금은 북항재개발로 부두가 많이 없어졌지만 내가 처음 물류업계에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북항재개발 현장인 그 위치에 1부두, 중앙부두, 2부두, 3부두, 4부두까지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퇴근시간이면 초량 바닥에서 항만 노동자들을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돼지갈비 3인분을 주문하였다. 내가 앉은 테이블 바로 옆에서 직원분이 굽는다. 예전에는 자기 자리에서 구웠는데 이제는 가게 입구 쪽에 테이블을 하나 놔두고 거기서 구워서 거의 다 익으면 각 테이블로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모양이다.

이 불판은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중간에 불판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모양은 36년째 그대로다.

기본 상차림은 이렇다. 반찬은 고만고만하다. 옛날에는 공깃밥을 주문하면 시락국이 나왔는데 요즘도 나오는가 모르겠다. 그게 맛이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옆에서 굽고 있으니 눈이 자연스레 돌아간다. 구경이나 해보자.

지글지글 열심히 익어가는 중이다. 사실 알루미늄 호일에 직화로 굽는 게 정말 안 좋다.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이 집을 아예 싫어하는 지인들도 많다. 갈비 골목에 다른 집들은 다들 불판에 굽는데 유독 여기만 호일을 쓴다. 이 집만의 특색이구나 하고 넘어간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한번 맛보는 거니. 아무튼 몸에 안 좋은 건 확실하다.

열심히 익어가는 돼지갈비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오랜 추억이 생각나고 그런다. 36년 동안 수백 번은 넘게 왔던 집이다. 원래 사장님 부부는 나이가 많이 드셔서 몇 년 전에 은퇴하시고 지금은 사위분 혹은 아드님이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정말 단골이셔서 우리 가족이 먹으러 가면 늘 1인분 정도는 더 담아주시던 기억이 난다. 일하는 이모님들도 다 알고 지냈던 기억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돼지양념갈비 1인분 160g에 10,000원이다. 이것도 5월에 찍은 거라 더 올랐을 수도 있다. 갈비 골목의 다른 집에 비해서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다른 집은 180g이나 200g 기준이거든. 내 기억 속에 가장 저렴했던 1인분 가격이 3,000원이었던 것 같다.

추억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다 익었다고 드시면 된다고 고기를 놓고 가신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은하갈비의 돼지갈비 맛이 궁금하다. 이미 알고 있지만.

마늘도 넣고 조금 더 진득하게 졸여본다. 양념 국물을 줄이는 거니까 졸이는 게 맞을까? 아니면 조리는 게 맞을까? 어쨌든 열심히 끓인다. 이쯤 되면 양념의 진한 향기가 후각을 지배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처음 이 집을 방문한다면 대부분 이 시점에서 이집 갈비에 대해 호감을 가지기 시작하더라.

첫 한 점은 내가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 부산에 사니까 다소 비계가 많은 지방 부위로 한 점 집어본다. 서울, 지방하니 갑자기 생각나는 얘기가 있네.

부산이 내 고향은 아니지만 어릴 때 이사 와서 계속 살다 보니 부산을 참 좋아한다.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부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 쌈의 정석은 이런 것이다. 상추, 깻잎, 쌈무, 파재래기 깔고 마늘 하나 올리고 돼지갈비 한두 점을 간장에 찍고 구석에 쌈장까지 조금 올려주면 완벽하다. 첫 쌈은 정석으로 맛본다.

국물이 필요해서 된장찌개도 하나 주문해 본다. 맛은 고만고만하다.

상추 빼고 깻잎만 싸서 한 입도 해본다. 이집 양념갈비의 특징은 초딩이 맛보면 환장할 만한 달달한 양념이 포인트이다. 그래서 주위에 보면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린다. 나 역시 어릴 때는 이 맛을 참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고 단 음식을 그리 선호하지 않게 되면서부터는 이 집에 방문하는 횟수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더라.

몇십 년 단골이시던 부모님도 이제는 다른 집에 가신다. 이 집에 오래 다녀본 내 주위 지인들도 다들 물리고 질려서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린 경우가 많다. 정말 한 번씩 맛보면 괜찮은 것 같다.

오래간만에 갈비도 하나 뜯어본다. 치과에 기 천만 원 정도 썼는데 예전에 한참 치료할 때는 갈비 뜯는 건 상상도 못했다. 어금니 쪽을 양쪽 다 치료할 때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대패삼겹살 먹으러 가서 앞니만으로 고기를 씹어 먹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마지막까지 앉아있다가 찍은 사진이다. 예전에는 좌식이었는데 최근 식당들이 그렇듯 여기도 입식 테이블로 다 바꾸었다. 지자체에서 지원이 나왔다. 다른 손님 다 가고 없는데 남아있으니 진상 같네.

처음 이집 양념갈비를 맛보면 다른 집들과 다른 특징 때문에 혹할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맛보면 그 감흥이 나처럼 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설탕을 때려부은 듯한 달아빠진 달달한 양념, 그리고 그 양념을 졸이면 졸일수록 카라멜라이징이 되어서 더 달고 진득해지니 그 부분이 포인트라 이 집을 좋아하기도 하고 질리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와서 맛보니 맛있더라. 5월에 한번 갔으니 12월쯤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이 집에 6개월 텀으로 가게 되네. 한 번도 맛보지 않았다면 한번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초량 돼지갈비 골목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집이니 왜 인기가 있는지 맛에는 어떤 특색이 있는지는 본인이 직접 맛보고 경험해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아래에는 초량 돼지갈비 골목에서 나름 인기가 있는 집들을 방문하고 직접 적었던 포스팅이다. 한번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오래간만에 맛본, 은하갈비의 양념갈비는 초딩 때의 입맛으로 돌아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https://blog.naver.com/swiri21c/222824915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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