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하다

숲 속에 서서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상의 무료함이 내리던 어느 날..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고, 어깨엔 덜렁 카메라를 든다.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발길을 옮긴다.
집에서 가까운 대청공원으로 향한다.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새로운 사진을 주고, 부족함 없이 모델이 되어주는 곳..
화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 아파올 때,
충혼탑에서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나에게, 세상을 향해 소리 치곤 한다.

충혼탑은 지금 공사중이라, 오르지 못하고
민주공원 뒷 편에 있는 숲을 찾았다.

찾는 이가 별로 없는 조용한 숲이다.
아주 가끔 산책하는 어르신들 뿐.. 조용하다.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자연을 느껴본다.
산새 소리가 들리고,
이미 심장은 숲의 향기로 가득찬다.

가끔 지나는 청설모의 작은 발자욱 소리가 내 청각을 자극한다.

매년 여름 무척이나 더울 때 찾아가 기록사진을 남겼었는데,
가을에 찾아본 그 곳은 역시나 편안했다.

언제나 찾아가면 조용히 나를 감싸안아 주는 듯한,
그런 편안함..

나는 오늘 여기서 자연을 느낀다.
그리고 소중함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 "가이아" 가 생각난다.
만물의 어머니..

무한한 "공간"의 카오스가 생겨나고,
이어서 가슴이 넓은 "땅" 가이아와
영혼을 부드럽게 하는 "사랑" 에로스가 나타났다는 옛 이야기..

에로스 적 사랑 이 전에,
가이아 적인 사랑을 베풀라는 어느 은사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 가만히 서서 자연의 위대함을 한 껏 느껴본다.
그리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가이아 적인 사랑을 되새겨 본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베풀고 있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보답했는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해본다.
무엇이든.. 잊기 전에, 배려와 사랑을 포개어 담아 기억에 저장해야 한다.
인간 對 인간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나에게 배려를 하고, 사랑을 준 당신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자연은 말이 없다.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에 또 찾아오면 나를 반길테지.. 여느해 따뜻했던 가을 날 오후 처럼..
늦은 오후, 스며드는 햇살을 맞으며, 숲 속에 서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반응형

'생각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이 폈네요.  (0) 2023.03.19
초심으로 돌아가  (0) 2023.02.25
mbti 검사 후기  (0) 2021.11.06
일출  (0) 2008.05.19
비처럼 음악처럼..  (0) 2007.10.17
8/21 가끔은  (3) 2007.08.27
시선 두번째  (2) 2007.08.19
7/26 시선  (0) 2007.08.19
4/10 취미..  (0) 2007.06.27
3/26 소화기를 보며..  (0) 200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