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양곱창이라는 메뉴는 한 번씩 생각이 난다.
그때마다 어느 집으로 갈지 고민을 하게 된다.
남포동 일대에는 잘하는 집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일단 걸어보기로 했다.
문의 : 051-245-0907
족발골목으로 걸어왔다.
남포맥주 1층에 양곱창집이 생겼더라.
한번 가보기로 하고 들어갔다.
사장, 종업원 등 많았는데 접객을 안하네? 몇 분 기다렸나?
계산하는 손님과 친분이 있는지 카운터에 모여있고 주문받을 생각을 안하네?
접객은 장사의 기본인데 굳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는 없다.
며칠 전 지나가는데 임대 내놨더라.
백화양곱창 등 자갈치 쪽으로 넘어가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족발골목 양곱창골목으로 넘어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복길이 양곱창에 가보기로 했다.
함께한 이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맛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바로 옆집에 마주 보고 있는 대정 양곱창이 단골인데 사장님하고 눈 마주치지 않게 서둘러 복길이로 입장.
뭔가 이벤트를 하는 모양이다.
손님이 조금 빠지고 찍은 사진이다.
근처에 다른 집들보다는 손님이 조금 적은 편이다.
오래된 느낌이지만 잘 관리되어서 깔끔함이 느껴진다.
메뉴판을 찍어보았다.
가만히 보니 이 골목 다른 집들보다는 가격이 5천 원씩 저렴한 것 같다.
다른 집들은 소금구이 소자 35,000원에 팔던데 여기는 아직 3만 원이다.
벽에는 이벤트 1등 당첨 주인공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뽑기 이벤트 같은 걸 하는데 선물이 다양하다.
1등이 제일 좋네.
우리는 5번에 걸렸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서비스로 받았다.
이 골목 중에서 특이하게 숯이 제공되는 집이다.
다른 곳들은 대부분 가스버너에 굽는데 여기는 숯불판이다. 참 좋다.
숯으로 굽는 양곱창이 제맛이라 백화 양곱창 쪽으로 예전에는 많이 다녔는데
아무래도 옷에 연기와 냄새가 배어버리는 터라 가스 불판을 선호하게 되었다.
백화 쪽 같은 불판은 아니지만 어쨌든 숯불이라 일단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에어컨에 붙어있던 이쑤시개
우리는 소금구이 소자, 소주 한 병 주문했다.
부산 사람 부산 소주 대선을 먹어야 하는데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다이아몬드를 요즘 밀어주고 있다.
금세 차려진 한상이다.
이 동네 상차림은 다들 비슷하다.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는 시스템인가 보다.
내가 직접 굽겠다고 말씀드리고 집게를 이어 받았다.
고깃집에서 직접 굽는 것이 편하다. 고기를 잘 구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함께한 이와 대화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서이다.
간혹 직원 등 구워주는 사람이 말을 걸어서 대화의 방향이나 초점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이 참 우스운 게 아예 대화에 끼어들어서 대화를 장악하려는 직원들이 있더라. 마치 동석한 사람처럼 말이다.
다양한 대화가 좋긴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냥 내가 굽는 게 편하다.
아, 물론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즐긴다. 처음 보는 사람과 특히 말이다.
이 부분의 요지는 낄낄빠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굽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양, 대창, 염통 등 신선해 보인다.
이 집의 특징은 마늘 양념 등으로 과하게 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밑간 정도 해놓은 모습이다.
보통 마늘 소스로 떡칠한 집이 많은데 간혹 재료에서 나는 잡내를 감추려고 그러는 경우가 많다.
이 집은 딱 봐도 주작이 없다.
이 부분을 사장님에게 문의해보니 어떻게 그리 잘 아냐고 놀라신다.
사장님이 특제 비법 양념 소스라고 자랑하는 소스이다.
달달하면서 매콤한 게 양곱창 소금구이와 잘 어울린다.
집게를 잡았으니 집게 마스터답게 잘 한번 구워보자.
가장 빨리 익는 염통부터 공략하면 된다.
잘 구워지고 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돈다.
양곱창, 막창 등 내장류는 언제 먹어도 맛난다.
이 맛! 공감하는 분 많을 것이다.
불판 옆에 잠시 후 나온 김치전이 올라가 있다. 바삭한 게 맛이 괜찮다.
전으로 소주 한잔 시작한다.
노릇노릇 잘 구워지고 있다.
사장님이 지나가다가 와~ 어디서 굽는 법을 좀 배웠소? 하고 물어보신다.
집게 잡은 지 20년 넘었습니다~하고 열심히 굽는다.
사장님이 지켜보시더니 잘 굽는다며 양곱창 굽는 특별 비법을 한 가지 알려주신다. 바로 습득했다.
사진만 봐도 눈이 즐겁다.
대창, 마늘, 버섯, 감자 등 이렇게 올려놓고 한입에 넣고 소주 한잔 캬~ 국룰 맞지요?
양을 잘 구워본다.
최근 3년 동안 신경치료, 임플란트 등의 치과 치료를 계속한다고 참 자제했던 메뉴 중 하나다.
양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이사이에 조각조각이 끼어들어가지만 그래도 즐긴다.
임플란트 2개 완벽히 박아놨으니 못 먹었던 것들 맛있게 먹어야지.
불판은 중간중간 냅킨을 접어서 잘 닦아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닦기 전 사진이다.
밑간 정도만 해놓았지만 양념이 있기 때문에 불판 관리를 계속 잘해줘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양곱창집에 가보면 직원들이 구워주는 시스템이다.
아껴놓은 염통을 마지막 판에 구워준다.
먹어보니 양곱창 재료 손질이 참 잘되어 있고 신선하다.
그러면 당연히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집 양곱창 잘한다.
이날 롯데가 9:0인가 7:0으로 이기고 있었는데 역전당해서 졌던 날이다.
사장님이 롯데팬이시더라. 오래간만에 롯데 야구 이야기 신나게 했다.
롯데팬이라면 야구를 좀 보는 사람이라면 오늘 처음 보는 사람과 서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야구 이야기만 하면 끝이 없다. 다들 전문가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처음 제공된 불판이 아니다.
다 먹고 난 뒤 불판이다.
특이한 취미이자 버릇인데 고깃집에서 내가 먹은 불판을 될 수 있으면 깔끔하게 정리하는 편이다.
함께하는 이도 처음에 나의 이런 버릇을 보고 좀 이상하게 봤다고 하더라.
강박증이나 정신적인 문제는 전혀 없으니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단지 취미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는 표현 정도로 보면 된다.
사람은 떠나는 자리가 깔끔해야 한다.
물론 이 불판처럼 과하게 정리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식당이나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는데 확실히 느끼는 건 어릴 때의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이 빈말이 아님을 요즘 많이 보고 겪게 된다.
어릴 때 식당, 술집 등에서 알바를 하면서도 많이 느꼈지만 매너 좋은 손님들이 떠나는 자리도 깔끔하더라.
술집에서 깽판 치고 진상 짓 하는 손놈들은 테이블이나 바닥이 깨끗한 경우를 못 봤다. 늘 엉망이다.
이것은 진리이다. 식당이나 술집 알바를 해봤다면 지극히 공감할 것이다.
모든 행동은 불현듯이 나타나는 일회성이 아니다. 내적에 잠재되어 있는 부분이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오늘 당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몇 십 년 누적되어 온 그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릴 때 엄마가 항상 말씀하시던 부분이 기억난다.
너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때 너를 판단하게 되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행동이 잘못되면 어린 너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가르친 부모가 욕먹고 가정교육 못 받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거라고.
그 당시에는 잔소리처럼 들렸는데 그런 잔소리를 전혀 들을 일이 없는 지금 이 나이에 돌아보니
요즘 가정교육에 대한 부분이 참 눈에 많이 보인다.
글을 적대보니 꼰대 소리 듣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꼰대가 아니라 진짜 중요한 부분이라서 한번 적어보았다.
이 글을 적으면서 나 역시 사소한 행동들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을 해보는 계기가 된다.
맛있게 잘 먹었다. 양곱창에 소주 2병인데 서비스 한 병 해서 34,000원이 나왔다.
다음에 또 오겠다고 잘 먹고 갑니다~ 인사하고 나왔다.
오락실에 들러서 오락 한판하고 단골 맥줏집으로 향했다.
남포동 백스비어이다.
이때가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던 시간이라 시간이 촉박했다.
양곱창 집에서 오후 8시 30분에 나왔고 오락실 갔다가 오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500cc 한 잔씩 주문할 시간이 없다.
1,700cc 하나 주문하고 일단 목을 좀 축인다.
안주는 감자 치즈 그라탱이다. 닭고기가 많이 들어간 메뉴인데 참 맛있다.
가격도 9천 원으로 가성비가 정말 좋다.
아쉽게도 며칠 전 백스비어에 가보니 메뉴 개편이 되어 이 메뉴는 더 이상 제공되지 않더라. 아쉽다.
우리는 맥주를 따를 때 거품 없이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거품 없이 한번 따라보았다.
테라 잔에 마시는 카스 생맥주이지만 맛있다.
먹어본 카스 생맥주 중에 가스 비율 및 전체적인 세팅을 가장 잘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카스 캔맥주나 병맥주는 내 돈 주고 사 먹는 일이 아예 없는 편인데 생맥주는 이 집처럼 잘하는 곳이면 늘 환영이다.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양곱창에 소주 한잔하면서 글이 꽤 길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고 내 생각을 담는 공간이니 양해 바란다.
남포동 복길이 양곱창, 남포동 백스비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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