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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경기미 고시히카리 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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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DKNY이다.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Donna Karan New York의 DKNY가 아니라 독거노인의 DKNY이다. 1인 가구이자 미혼이고 자취나 하숙이 아닌 살림을 살고 있는 살림남이다. 그래서 살림에 관해서 당연히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몇 개월 전부터 밥솥이 맛이 갔는지 밥을 해도 밥맛이 너무 없더라. 밥솥은 독립할 때 엄마가 선물로 사주신 건데 햇수로 6~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고장이 났을 수도 있으니 쿠쿠 as 센터에 들고 가보았다. 고무 패킹 문제와 압력 센서의 문제라고 한다. 5만 원 정도 돈을 들여서 수리를 했다. 그리고 밥을 해봤는데 조금은 나아졌는데 여전히 밥맛이 없다.

뭐가 문제일까? 흰쌀의 문제? 잡곡의 문제? 아니면 둘 다? 일단 요인을 하나하나 체크해 보기로 했다. 일단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실패했던 묵은 잡곡을 제쳐두고 본가에서 얻어온 국산 최고급 잡곡쌀을 준비, 흰쌀은 매번 그냥저냥 가격 적당한 제품을 구입했던 내 관행을 깨고 조금 비싼 쌀 품종으로 주문해 보았다.

경기미 고시히카리이다. 혼자니까 20kg는 무리고 10kg를 주문했다. 5kg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타협한 지점이 10kg이다. 홈플러스 온라인몰 할인을 엄청 많이 해서 핫딜로 싸게 샀던 기억이 난다.

10월 초에 구입했는데 며칠 전에 도정한 2021년 올해 햅쌀이다. 이제 나오는 쌀은 대부분 햅쌀이겠다.

품종은 고시히카리 단일 품종이고 평택 쪽에서 도정, 등급은 특 등급이다. 이전에 철원 오대쌀, 삼광미, 추청쌀 등 다양한 품종을 맛보았는데 고시하카리는 처음 사본다.

10kg

알다시피 우리나라 제품은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가격이 비싸진다. 보통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맹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구분해서 사는 편인데 유독 쌀은 가격이 비싼 값을 하더라. 가격이 싼 쌀은 맛이 없다. 비싼 쌀은 맛이 있다. 이 부분은 진짜 입맛이 이상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고시히카리라는 품중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고 가자.

일본의 유명한 쌀 품종이다. 경기미 품질 향상을 위해서 경기도 김포시에서 도입하여 국립종자원에 품종등록을 하였다. 2002년에 재배 성공하고 그 뒤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서 입소문을 타고 많이 팔리고 있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쌀 품종이다.

이 시국 이후에 일본에 대한 분위기가 안 좋아짐에 따라 정부는 2023년에 추청쌀과 고시히카리 품종의 보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시히카리는 50년대의 품종이기 때문에 품종 보호권이 사라졌으므로 일본에 로열티는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지만, 50년대 품종이라는 것은 뒤집어 말해 구시대 품종이라는 뜻으로, 강풍에 잘 쓰러지고, 병해충 저항성에도 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재배하기 좋은 국산 품종으로 대체할 필요성도 있다. -출처 : 나무위키

대충 이 정도 스토리가 있다.

소비자 보상 제도, 보관방법 등

쌀 보관을 다양하게 해보았다. 쌀벌레를 수백 마리 키워본 경험도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냉장고에 여유만 있다면 냉장보관이 최고다. 나는 현재 냉장고를 2대 사용하고 있는데 하나는 전원을 끄고 창고 용도로 사용 중이다. 쌀을 사고 나서 전원을 넣을지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여름도 지나고 보관방법을 알기에 그냥 실내 보관을 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다음날 배송받은 것들이다. 계란 한 판은 4,100원인가에 샀다.

며칠 뒤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쌀 보관 작업에 돌입했다. 정수기 없이 생수 사 먹을 때는 2리터 생수병이 집에 나뒹굴 정도로 남아돌았는데 개똥도 약에 쓰려니 하나 밖에 안 보인다. lg 직수 정수기 설치를 한 지 1년 좀 넘었는데 정수기 없던 5년 넘는 시간이 아주 그냥 추억이다. 냉온정수기를 설치한 이후로 진짜 삶의 질이 달라졌다.

물통에 담은 이유는 입구가 좁은 물통에 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더라. 쌀벌레가 덜 생긴다. 등산과 캠핑을 좋아하는 나는 텀블러, 보온병, 물통이 수십 개가 있다. 취미로 컵, 물통, 보온병, 텀블러를 하나씩 모으던 게 이럴 때 쓰이네. 다시 보니 산행용 물통은 하나뿐이다. 사진에 나온 물통들은 쌀전용 물통이다.

그렇게 참선의 시간을 가지면서 쌀을 옮겨 담고 난 뒤 밥을 했다. 내가 사용하는 밥솥은 쿠쿠 6인용 압력밥솥인데 10만 원 중반의 저렴한 모델이다. 밥솥은 밥만 하면 되기에 4~50만 원짜리 밥솥보다는 기본 기능에 충실한 압력밥솥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 제품을 사달라고 했었다. 밥솥 계량컵으로 3인분을 한다. 3인분을 하고 나서 내 식사량에 맞게 소분 용기에 소분을 하면 밥이 7~8개가 나온다. 그 밥을 식힌 후 냉동 소분을 하면 되고 데워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2분 50초 ~ 3분 정도 돌리면 아주 컨디션 좋은 밥을 맛볼 수 있다.

위 잡곡밥의 비율은 3컵 중에서 쌀 2컵 + 1/4컵, 잡곡은 1/4컵, 검은콩은 따로 추가한 결과물이다. 본가에서 얻어온 잡곡이 상당히 좋은 잡곡이더라. 맛이 다르다.

찰기를 사진으로 표현을 못 하네. 당시 갤럭시노트 10을 메인 폰으로 쓰고 있어서 사진이 조금 아쉽다. 사진 찍고 소분하면서 밥을 먹어보니 상당히 맛이 있다. 최근 먹어본 밥맛 중에서 최고이다. 고시히카리 품종 + 국산 잡곡의 콜라보라고 할까? 요즘 밥할 맛이 난다. 자꾸 서있으려는 밥을 잘 안쳐서 청국장찌개 끓여서 먹으면 진짜 꿀맛이다. 내가 밖에서 고기나 국밥 등 메인메뉴 음식 말고 정식을 잘 사 먹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내가 해먹는 밥상이 꿀맛이라 밖에 나가서 굳이 사 먹을 필요가 없다.

아무튼 고시히카리 추천한다. 뭐 이 시국 불편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로얄티도 끝났고 어찌 됐든 암튼 그렇다. 다른 제품은 몰라도 쌀은 돈값 한다는 진리를 오늘도 느꼈다. 맛있는 밥을 원한다면 몇 십만 원짜리 밥솥 필요 없다. 쌀이 가장 중요하다. 아, 물 조절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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