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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보다

트라피체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2020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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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주종은 조금 가리는 편이다. 소주와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어릴 때는 막걸리, 위스키, 고량주 등 가리는 것 없이 마셨다. 하지만 와인이라는 술만큼 나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술은 없었다. 기껏 해봐야 본가살 때 명절 때 선물로 몇 병 들어오면 그거 마시는 정도, 그런 식으로 우연히 마시는 일 말고는 와인이라는 술을 접할 기회도 없었고 나하고 맞는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술이다.

그러던 와중에 조금이라도 건강을? 생각하면서 술을 마셔 보자고 와인을 사보았다. 사서 마신지는 한 달 정도 되었으나 마시면서 그 맛과 느낌을 메모했기에 전달은 제대로 될 것 같다. 술은 좋아하지만 와인은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풀어보는 와인 이야기이다.

이름하여, 트라피체 까베르네 소비뇽 2020이라는 와인이다. 아직 와인의 ㅇ자도 모르는 상황이라 어디 산 포도가 맛있고 어떤 방식의 와인이 있고 이런 걸 전혀 모른다. 하나하나 공부를 하면 금세 치고 올라갈 거 같기도 한데 일단 지금은 초심자의 입장에서 와린이의 자세로 접근해 보도록 한다. 당분간은 그렇게 할 듯.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르헨티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돈 많이 벌고 시간의 여유가 넘칠 때 남미 최남단의 아르헨티나 도시 우수아이아로 여행 가서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상단은 코르크 위에 마감이 되어 있다.

국내 와인 유통사 중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 중에 한 곳인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하며 롯데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이다. 가격은 한 병에 9,9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알코올 도수는 13.5%이며 용량은 750ml이다. 와인 치고는 도수가 높은 편이다. 적어도 포도주스 같은 맛은 안 나겠다.

오픈을 위해서 싱크대 서랍에서 꺼냈다. 왼쪽은 병마개, 오른쪽은 병따개

오프너에 달린 작은 칼로 겉면 포장을 긁어서 따준다. 손을 다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겉포장을 벗기고 보니 코르크가 보인다.

뱅글뱅글 돌려서 고정을 시켜주고

걸쇠 부분을 병 입구에 걸고 밀면 코르크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올라오면 거의 끝이다.

코르크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재질인데 아무튼 아르헨티나~ 인상적이다.

집에 와인잔이 따로 없다. 맥주도 스타벅스 머그컵에 따라 마시는 입장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찾아보니 산토리라는 일본 맥주잔이 하나 있어서 꺼내보았다. 그나마 가장 와인잔과 비슷하다.

주방 쪽 벽에 대고 감성 사진도 한 장 찍어본다.

안주를 뭘로 할지 고민하다가 냉장고에서 스트링 치즈를 꺼내서 잘라왔다. 한번 먹어보자.

먼저 향을 맡아보았다. 향 자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셔보았다. 도수가 조금 센 느낌이다. 포도의 산미? 산도? 와인 쪽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산미와 알코올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바디감은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느낌이다. 목 넘김이 조금 하드하다. 쓴맛이 느껴진다. 포도의 향이 많이는 아니고 조금 느껴지며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치즈와 먹었는데 고기가 생각나더라. 고기와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 와인이다. 가격 대비 꽤 만족스럽다. 9,900원에 이 정도 맛인데 몇 만 원, 몇 십만 원 하는 와인은 도대체 어떤 맛일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예전에 지인 중에 와인 마니아가 있었는데 몇 십, 몇 백 짜리 와인을 다 경험해 보고 결국 주력 와인으로 2만 원짜리를 마신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그때 내가 들었던 조언 중 하나가 와인은 무조건 싼 것부터 하나하나 밟아가듯이 맛보고 느껴보라는 이야기였는데 앞으로 하나하나 실천해 보고 싶다.

이 와인은 내가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인 것 같다. 사실 와인을 제대로 먹어본 적도 없고 평가할 줄도 모르는데 확실한 것은 내 머릿속에 박혀있던 와인=포도주스 같은 맛이라는 공식을 깨준 와인인 것 같다. 가격 대비 꽤 만족스럽다. 맛있게 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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