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을보다

멕시카나 치킨 배달 후기

반응형

나는 평소 배달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주로 배달은 치킨, 피자 정도 주문하고 최근에는 스시 정도 추가된 듯. 치킨은 한 달에 2~4번은 꾸준히 시켜 먹는 편이다. 매번 똑같은 집에서 주문하다가 요즘은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오늘 주문한 곳은 어릴 때의 추억이 생각나는 멕시카나 치킨이다.

어릴 때 기억으로 맥시칸 치킨이 원조고 멕시카나 치킨이 약간 아류작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내 기억에 맥시칸, 페리카나, 처갓집이 대세였고 멕시카나는 약간 후발 주자 느낌이 강했다. 지금 글을 쓰기 위해서 찾아보니 맥시칸 치킨은 1985년 대구, 멕시카나 치킨은 1989년 대구에서 시작된 브랜드이다. 조금 시장에 늦게 진입해서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 추억의 치킨을 오늘 거의 30년 만에 맛본다.

시대가 변한 만큼 포장의 색깔도 많이 바뀌었다. 여기서 색깔은 칼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의미한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문맥상 이어지는 어떤 표현을 할 때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는 전혀 다르게 인지되는 경우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탓에 표현 자체를 너무 문학적으로 이끌어가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이 장점이자 단점이 간혹 대화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장본인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그 습관을 조금 고치려고 노력한다. 다른 건 다 바뀌었는데 30년 전과 지금 안 바뀐 게 하나 있다. 바로 소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 종이 포장이다.

상자 옆면을 보니 메뉴별 원산지 표시가 있다.

치킨과 콜라라... 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뭐지 싶어서 날짜를 찾아보았다. 아, 10월 5일 화이자 2차 맞은 날 저녁으로 주문했구나. 화이자 1, 2차 백신을 맞으면서 느낀 게 식욕이 아주 그냥 폭발하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몸이 안 좋을 때 당연하게 몸에서 많이 먹어라 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그래야지 힘을 내니까.

메뉴를 고민하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뭐 뭐, 뭐 뭐 얄궂은 신상 메뉴들은 오리지날 정통 치킨을 지향하는 나에게는 사치이자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오죽하면 나는 순살 치킨도 내 돈 주고는 안 사 먹는다. 순살보다는 뼈 있는 치킨이 바로 진리지. 뼈 사이사이 박혀있는 살들을 뽈가 내면서 먹어줘야 치킨, 통닭을 좀 먹었구나 하고 내 스스로 머릿속에 반사작용같이 각인이 되는 거 아니겠나 싶다. 태생이 어딘지 모르는 브라질산 닭을 위생이 어떤지 모르는 브라질 어느 동네 닭 가공 공장에서 순살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 치킨을 굳이 내 돈 주고는 사 먹고 싶지는 않다. 물론 깨끗하게 haccp 같은 인증을 거치면서 청결하게 가공하겠지 아마도. 아무튼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후라이드 하나 집어 들고 휘파람을 불어볼까나? 옥수수 하모니카만 있는 게 아니다. 큰 닭 다리로도 하모니카를 부를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부산 사람 대선 소주~ 습관적으로 쳐지네. 소주가 빠진 잘 차린 한 상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어주고 본격적으로 치킨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위 사진과 다른 게 뭐지 하면서 찾아보니 2시 방향에 서비스로 챙겨준 치즈볼 상자를 놓고 다시 찍었네. 깨알 같은 완벽함을 추구하다니. 나도 참 디테일하다. estj 아니랄까 봐.

육지의 멍게같이 생긴 자네 이름은 뭔가?라고 물어보고 싶은 비주얼이네.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 안 그래도 울퉁불퉁한 외관에 색깔까지 거매서 맛보지도 않고 외모 비하로 까이다니 미안하다. 내가 사과할게 멍게같이 생긴 치즈볼아.

닭다리를 집어 들고 보니 오늘 옷 잘 입었네. 잘 차려입고 나이트가서 흔들어 재끼면 인기 만땅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굳이 사람에 비유하자면 말이다. 후라이드 치킨 닭다리 튀김옷이 이 정도면 뭐 예술아인교? 나트륨 과다 섭취는 몸에 안 좋지만 후라이드 닭다리에 찍어 먹는 소금은 예외로 하자. 맛있으면 0 칼로리, 0 나트륨이다.

한입 베어 물고 나니 속살이 드러난다. 이 집 닭 잘 튀겼네. 술 없이도 맛있게 먹었다. 4조각 정도 남기고 다 먹었다. 남은 것 다음 날 에어프라이어로 돌려서 간식으로 먹었다.

30년 만에 맛본 멕시카나 치킨은 참 반가웠다. 국민학교 다니던 그 시절 아버지 월급날이면 늘 한 손에 통닭 한 마리를 튀겨오시던 그 모습이 기억난다. 30년이 지나도 치킨 메뉴는 늘 뼈 있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고집하는 것은 아마도 30년 전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닭에 대한 추억을 곱씹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