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말, 연말의 여유 덕분에 평일에 시간을 내어서 걸었다. 신평 영진돼지국밥에서 맛있는 한 끼를 하고 다대포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미리 계획된 건 아니고 문득 생각이 나서 무작정 걸어본다.
낙동강 강물이 깨끗해 보인다. 어릴 때는 물이 정말 더러웠다. 페놀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여러모로 수난을 겪던 낙동강인데 오늘 바라본 낙동강은 너무 깨끗하네.
걸어온 길을 잠시 돌아보았다. 신평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강변대로 옆으로 길게 나있는 길을 걷는다. 저 멀리 낙동강 하굿둑도 보인다.
걷다 보니 을숙도 대교 부근이다. 통통배들이 보이길래 근처에 있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고기를 잡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의 어업활동은 오래간만에 직접 눈으로 본다.
오리 친구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힐링이 된다. 물이 참 맑다.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보니 70km 속도제한 표시와 비행기가 아이러니하게 함께 찍힌다.
저 멀리 바라보며 고독을 즐기고 있는 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하구 장림의 핫플레이스, 장림 부네치아에 잠깐 들러서 사진도 찍는다. 장림시장 월드통닭이 생각난다. 맛있는 통닭이다. 한때 이집 통닭이 좋아서 직접 가서 사 와서 먹곤 했던 기억이 난다. 흐린 날의 부네치아는 풍경을 담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다시 걸어본다. 흐린 하늘과 여유로운 낙동강 하구가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보는 모습만큼 사진에 다 표현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오리 가족들이 신났다. 물길을 헤치며 어디론가 단체로 이동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잔잔한 물결 덕분에 바라보는 마음까지 평화롭다.
고니 나루 쉼터에 다다른다. 잠시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고 가보자.
잠시 앉아서 바라보는데 옆으로 퍼지는 빛내림이 정말 멋지게 다가온다. 잠깐 열린 하늘 덕분에 멋진 구경을 해본다.
오늘의 목적지는 다대포해수욕장이다. 앞으로 3km를 걸어가면 도착이다. 오늘 걷는 거리는 총 7km 정도가 될 것 같다.
하늘이 또 열리더니 멋진 빛내림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이 빛내림을 찾아다니면서 출사를 다니기도 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가 최근 들어서 그 열정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다행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낚싯대를 놓고 사색에 빠진 낚시꾼
"고기가 좀 잡히는가요?" 하고 여쭤보니 말없이 옅은 미소만 보여주신다.
가로등 위에 앉아있는 갈매기가 반갑다. 예전에 갈맷길 6코스 포스팅을 하면서 몇 번 걸었던 길이지만 낙동강변은 정말 걷기 좋은 구간이다.
길 건너 언덕 위로 몰운대 성당, 아미산 전망대가 보인다. 일몰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포인트이다.
어느덧 다대포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밟게 된다. 모래밭에 의자를 깔고 낚싯대를 던져놓고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들이 보인다. 어느 해 여름, 이곳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수상안전요원을 한 적이 있다. 매일 아침 수영 훈련을 위해서 사진에 보이는 왼쪽 해변에서 오른쪽 모래톱까지 오리발을 끼고 왕복으로 수영을 했다.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수영을 해서 가면 꽤 시간이 걸린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몰운대도 보인다. 다대포는 언제 와도 기분이 좋다. 힐링이 된다. 이유 없이 좋다. 일몰이 좋은 곳이라 조만간 일몰 촬영을 위해 출사를 한번 와야겠다.
다대포해수욕장
이곳은 참 많이 바뀌었다. 한때 매립이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부산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제공해 주는 아주 멋진 곳이 되었다.
멋진 일몰을 기대하고 걸었지만 구름이 많은 날이라 조금 아쉬웠다. 아쉬움을 알기라도 하는지 해가 넘어가기 직전에 멋진 빛내림을 잠시 보여주더라. 시민들이 그 일몰의 빛내림을 보면서 감탄하는 모습이 내 마음 같아서 반갑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신평에서 다대포 구간은 다양하고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총 길이 7km 정도의 거리에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없는 평지 위주의 길이라 걷기가 참 좋았다. 낙동강변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직접 느끼고 싶다면 이 길을 추천한다. 참 걷기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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